'다시 바람피면 전재산 줄게'...변호사 '공증 받아도 효력 없을 수 있다'
'다시 바람피면 전재산 줄게'...변호사 '공증 받아도 효력 없을 수 있다'
이혼 전 재산분할 약정은 원칙적 무효…변호사들 '법적 효력보다 신뢰 회복의 증표로 활용해야'

부정행위 후 관계 회복을 위해 작성하는 '전재산 포기 각서'는 법적 효력이 거의 없다. / AI 생성 이미지
한순간의 잘못으로 사실혼 관계 파탄 위기에 놓인 A씨. 그는 어떻게든 아내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다. 결국 그는 '다시 부정한 일을 저지를 경우, 부모님과 공동 명의로 가진 1만 평의 토지를 포함한 전 재산을 아내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기로 결심했다.
법적 효력을 위해 공증까지 받을 생각이었다. 과연 A씨의 마지막 카드는 깨진 신뢰를 봉합할 수 있을까.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대표변호사는 '일방이 효력을 부정하면 법률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경고하며, 법적 각서의 씁쓸한 진실을 밝혔다.
'전재산 포기 각서', 휴지조각 될 수 있다
A씨처럼 관계 회복을 위해 '재산 포기'나 '위약금' 각서를 작성하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각서의 법적 효력이 생각보다 매우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혼이 성립되기도 전에 미래의 재산분할에 대해 약속하는 각서는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42기)는 "부부 간의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 처분 각서는 명칭을 불문하고 한쪽이 그 효력을 부정하면 법률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공증과 문서의 효력은 아무 상관이 없으므로, 법률적 효력도 없는 각서를 비용 들여 공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서의 목적이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것이라면 모를까, 법적 강제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클리어 법률사무소의 김동훈 대표변호사(서울대 로스쿨 졸) 역시 "이혼 전 재산분할각서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99다33458) 또한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한 재산분할 협의'는, 실제 협의이혼이 이뤄지는 것을 조건으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즉, 약속대로 협의이혼에 이르지 않고 재판상 이혼으로 가거나 이혼 자체가 무산되면 각서는 효력을 잃을 수 있다.
부모님과 공동명의 땅, 약속 자체가 '어불성설'
A씨의 계획에는 더 큰 법적 허들이 존재했다. 바로 각서의 대상인 1만 평 토지가 부모님과의 '공동 명의' 재산이라는 점이다. 민법 제264조는 공유자가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공유물을 처분하거나 변경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부모님과의 공동 소유로 된 토지에 대해서는 배우자에게 재산을 이양하는 문제가 복잡할 수 있다"며 "부모님이 동의하지 않는 한, 토지를 직접 이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씨가 자신의 지분만을 대상으로 약정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부모님의 동의 없이는 실질적인 처분이 어려워 각서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나? 변호사들이 제시한 '현실적 대안'
그렇다면 A씨가 아내에게 진심을 보일 방법은 없는 것일까. 변호사들은 '만능 각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법무법인 글로리 김민희 변호사는 사실혼 관계인 A씨 부부에게 '부부재산약정 등기'(민법 제829조)를 제안했다. 혼인신고 전에 재산의 소유권이나 관리권을 아내에게 일임하는 내용으로 약정하고 등기하면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리를 아내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 전문 변호사인 더든든 법률사무소의 추은혜 대표변호사는 법적 조치에 앞서 근본적인 신뢰 회복 노력을 강조했다. 추 변호사는 "재산 양도를 약속하는 각서는 법적 효력이 제한적"이라며 "법적인 조치와 더불어 부부상담 등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들을 함께 고려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법적 장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관계 회복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변호사들은 '전재산 포기'와 같은 추상적이고 강제하기 어려운 약속보다는, 각서에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명시하고 생활비 지급 계획을 수립하는 등 실천 가능한 내용을 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각서는 법적 강제력을 떠나,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