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 원 상간 소송, '고소인 부부 쌍방 유책'에 묻히나…대법원 판례가 뒤집은 운명
4천만 원 상간 소송, '고소인 부부 쌍방 유책'에 묻히나…대법원 판례가 뒤집은 운명
부부 쌍방이 혼인 파탄에 비슷한 책임이 있다면 제3자인 상간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최신 대법원 판례 등장... 복잡하게 얽힌 이혼 소송과 상간 소송의 향방을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집중 분석했다.

상간소송을 당한 A씨에게 고소인 부부의 '쌍방 유책' 폭로전이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진흙탕 이혼’이 상간 소송의 구원투수?…법정에서 벌어진 기묘한 역설
4천만 원 상간소송을 당했지만, 상대방 부부의 '쌍방 유책' 이혼 소송 덕에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은 한 여성의 기묘한 사연이 있다.
“내연남과 바람폈지?” 4천만 원 소송 걸더니…부부의 ‘폭로전’이 더 시끄럽다?
사건의 발단은 한 장의 소장이었다. A씨는 B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B씨의 아내 C씨로부터 “4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위자료 청구 소송(통상 ‘상간 소송’이라 불린다)을 당했다. C씨는 남편 B씨에게도 이혼과 함께 위자료 5천만 원을 청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남편 B씨는 순순히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 즉 ‘유책배우자’가 되기를 거부했다. 그는 오히려 “아내 C씨가 성매매, 스토킹, 폭언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하며 맞소송(반소)을 제기했다.
부부의 이혼 재판은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고, A씨의 상간 소송은 이혼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 멈춰 섰다. 아이러니하게도 A씨는 자신에게 소송을 건 C씨가 이혼 재판에서 패소하기를 바라며 결과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부부 둘 다 잘못했다면, 상간자만 처벌 못 해” 대법원의 새로운 기준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기대가 단순한 희망이 아닐 수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대법원이 상간 소송의 흐름을 바꿀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핵심은 ‘부부 쌍방 유책’이다. 이혼하는 부부 모두에게 혼인 관계가 깨진 책임이 있고 그 정도가 비슷하다면,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가담한 제3자에게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2023년 6월 대법원은 부부 쌍방 유책인 경우,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서로 상쇄될 수 있어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기각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있다면, 제3자인 상간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다는 취지다.
고순례 변호사 역시 “부부가 쌍방 유책이라서 그들 사이에 위자료 청구가 각자 기각된다면, 상간 소송에서도 위자료는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운명 공동체가 된 부부와 상간자…“이혼 재판 끝날 때까지 멈춰주시오”
물론 이혼 소송과 상간 소송은 법적으로 별개의 재판이다. 재판부가 다르고, 각 소송에서 제출된 증거와 주장이 달라 결과가 엇갈릴 수도 있다. 홍경열 변호사는 “단순히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가 인정됐는지 여부만으로 상간 소송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며 “왜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A씨에게 핵심적인 소송 전략을 조언한다. 바로 상간 소송 재판부에 ‘이혼 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잠시 멈춰달라(추정)’고 공식 요청하는 것이다.
한승미 변호사는 “원고 부부의 이혼 사건 결과에 따라 의뢰인(A씨)의 위자료도 결정될 것”이라며 “이혼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결정을 미뤄 달라는 요청을 해, C씨의 유책을 입증하는 판결을 방패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A씨의 운명은 자신에게 칼을 겨눈 C씨와 그 남편 B씨의 싸움 결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