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독점' 고집한 SBS, 2심 대반전 완패…"19억 과징금 정당"
'월드컵 독점' 고집한 SBS, 2심 대반전 완패…"19억 과징금 정당"
법원, SBS의 '보편적 시청권' 핑계 일축
"비상식적 조건 내세운 고의적 협상 지연, 19억 과징금 철퇴 마땅"

sbs 로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지만 경기는 오직 SBS에서만 볼 수 있었다.
지상파 3사가 함께 중계하던 오랜 관행이 깨지자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이 제한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이를 ‘보편적 시청권’ 침해로 보고 SBS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1심 법원은 방통위의 처분이 잘못됐다며 SBS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대체 항소심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SBS의 ‘단독 행동’
사건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상파 3사(KBS, MBC, SBS)는 ‘코리아 풀’이라는 협의체를 통해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중계권을 공동으로 확보해왔다. 함께 협상하고 구매해 비용 부담을 줄이자는 신사협정이었다.
하지만 SBS는 이 약속을 깨고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2010년부터 2016년까지의 올림픽 중계권을 단독으로 따냈다. KBS와 MBC는 거세게 반발했고, 방송사 간의 지리한 싸움이 시작됐다.
수년간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이어졌지만 번번이 결렬됐다. 특히 SBS는 KBS와 MBC가 자신들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경기 중계에서 배제한 것에 대한 손실 보전을 요구하는 등 조건을 내걸며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국민 볼 권리’ 칼 빼 든 방통위
결국 2010년 1월, KBS와 MBC는 SBS가 정당한 사유 없이 중계권 판매를 거부한다며 방통위에 신고했다.
방통위는 SBS가 구체적인 판매 희망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성실히 협상하지 않았다며 방송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2010년 4월, 방통위는 SBS에 시정명령을 내렸다.하지만 월드컵은 SBS 단독 중계로 끝났고, 방통위는 SBS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19억 7,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BS는 이에 불복해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고등법원의 대반전, “SBS의 협상 거절, 정당한 사유 없다”
1심은 방통위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SBS의 승소를 판결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SBS)의 청구를 기각하며 방통위의 손을 들어줬다.
결정적인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협상 결렬의 책임은 명백히 SBS에게 있다고 봤다.
법원은 SBS가 협상 과정에서 과거 쟁점조차 되지 않았던 타 대회 단독수행 비용, 공동중계에 따른 불이익, 브랜드 가치 저하 등 산술적으로 가치 산정도 어려운 부당한 조건들을 남아공 월드컵 가격에 포함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구체적인 희망가격을 먼저 제시하지도 않은 채 시간을 끌며 일간지에 단독 중계 홍보 광고까지 실은 점을 볼 때, SBS에게 중계권을 판매할 의도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둘째, 90% 가시청권 확보가 ‘보편적 시청권’의 완벽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SBS는 자사 채널만으로 전국 가구 90% 이상이 시청 가능하므로 보편적 시청권이 충족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90% 확보는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며, 나머지 10%의 국민 시청권 보장과 동시간대 중복 경기 중계 등을 위해서는 다른 방송사에도 중계권을 판매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일축했다.
셋째, 부과된 과징금 19억 원은 법적 한도 내의 ‘최소치’로 정당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법원도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내리며 SBS에게 단 하루 만에 복잡한 가격을 산정해 제출하라고 지시한 부분은 무리한 행정처분(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월드컵 중계권 판매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거부한 핵심 행위 자체가 이미 중대한 위반이므로, 이를 근거로 산정된 19억 7,000만 원의 과징금은 부과할 수 있는 최하한의 금액이어서 위법하지 않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결론적으로 고등법원은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담보로 부당한 조건을 내세워 중계권 판매를 고의로 지연시킨 방송사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