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도 사기 치겠다" 58억 챙기고도 피한 실형…'슈퍼개미' 살려준 자본시장법의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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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도 사기 치겠다" 58억 챙기고도 피한 실형…'슈퍼개미' 살려준 자본시장법의 맹점

2026. 03. 03 12:18 작성2026. 03. 03 16: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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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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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액 산정 기준의 모호성이 부른 솜방망이 처벌

자본시장 신뢰 회복 위한 긴급 처방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구독자들에게 특정 종목을 추천하기 직전 미리 주식을 사두었다가 방송 직후 팔아치우는 이른바 '선행매매'로 58억 90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유명 주식 유튜버 김정환 씨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면했다.


'슈퍼개미'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김 씨는 2021년 6월부터 약 1년 동안 자신이 보유한 5개 종목을 주식 방송에서 집중적으로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몰래 매도해 차익을 남기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대법원은 김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에서는 아예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자본시장법상 부당이득액이 50억 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 씨가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면 나라도 사기 치겠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득액 분리 못 하면 가중처벌 불가"… 법리적 틈새 파고든 선행매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자본시장법의 구조적 한계와 엄격한 법리 적용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핵심 쟁점은 '부당이득액의 명확한 산정'이다.


현행법은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규모에 따라 형량을 가중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주가 조작으로 인한 상승분과 정상적인 시장 변동에 따른 상승분을 과학적으로 분리해내지 못하면 범죄 수익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논리가 적용된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2003다69607, 69614 등)와 서울고등법원 판결(2024노381) 등에 따르면, 선행매매 사건에서 제3자의 개입이나 외부 시장 요인이 섞여 있을 경우 위반 행위와 인과관계가 증명된 이익만을 따로 구분해야 한다.


만약 이를 산정하기 곤란하다고 판단되면 법정형은 급격히 낮아진다. 김 씨의 경우도 58억 원이라는 거액을 손에 쥐었으나, 법리적으로는 '산정 곤란'의 혜택을 입어 가중처벌을 피하게 된 셈이다.


범죄자도 탐내는 '한국행'… 무너지는 사법 신뢰와 치솟는 재범률

이러한 느슨한 처벌 기조는 자본시장 범죄의 억지력을 떨어뜨리고 높은 재범률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불공정거래 재범률은 29.2%에 달한다. 범죄자 10명 중 3명은 다시 주가 조작이나 선행매매에 가담하고 있다는 뜻이다.


2021년 기소된 불공정거래 사건 중 61.5%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는 점도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한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주범 권도형 씨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되기를 강력히 원했던 배경에도 한국 사법부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 수위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범죄 수익에 비해 턱없이 낮은 벌금과 실형을 피하기 쉬운 법 구조가 한국을 자본시장 범죄의 '안전지대'로 오인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정 이득액 입법화 및 수사 권한 확대, 빠져나갈 구멍 막아야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당이득액 산정 불가'를 면죄부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미국의 사례처럼 부당이득을 추정하여 형량을 정하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도 강력한 추징과 가중 처벌이 가능하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행매매 여부에 대한 고지 의무를 법제화하여 법리적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안도 거론된다.


아울러 수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당국에 제한적인 수사 권한을 부여하고, 증권 범죄 전담 인력을 현재보다 대폭 확충해야 한다. 이상 징후 포착 즉시 검찰과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만 '개미'들의 피눈물을 짜내는 불공정거래의 뿌리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피해 예방을 위한 주의사항

1.투자자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의 지명도만 믿고 종목 추천에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해당 정보가 개인의 매도 물량을 떠넘기기 위한 '선행매매'의 수단이 아닌지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2.현재 법리상 주가 조작으로 인한 부당이득액 산정이 어려워 피해 회복과 가해자 처벌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후 구제보다는 '묻지마 투자'를 지양하는 선제적 방어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3.만약 특정 세력의 시세 조종이나 불법 리딩이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했다면, 수사 기관이 증거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금융감독원 증권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통해 즉시 제보하여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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