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무장병원', 임금체불은 누구 책임? 대법 "바지사장 아닌 실질적 고용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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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무장병원', 임금체불은 누구 책임? 대법 "바지사장 아닌 실질적 고용주 책임"

2020. 05. 11 14:5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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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 임금 체불⋯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병원 사무장' 징역형

"밀린 임금 달라" 근로자들의 민사소송⋯1심⋅2심 "사무장에 책임 없다"

대법원 "임금 지급 의무, 실질적 근로관계 따져야⋯진짜 경영자인 '사무장' 책임"

의료법을 위반하고 비의료인이 의사의 명의를 빌려 세운 병원. 임금체불이 발생했다면 '근로계약서상 고용주'인 의사와 '실질적인 고용주'인 사무장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제약회사를 퇴사한 A씨는 경매를 통해 충남의 한 건물을 구입했다. 그리고 의료장비 등을 갖추고 의사 2명을 고용했다. 고용한 의사 중 한 명인 B씨의 명의로 2014년 9월 'OO병원'을 개설했다. A씨는 약 1년 동안 병원을 운영하며 자금관리 인사관리 등을 도맡아 했다. 병원에서 A씨는 총괄이사로 불렸지만, 병원 전반의 실질적인 경영자였다.


인사채용에서부터 업무지시까지 모두 A씨가 지휘⋅감독했지만, 근로계약서는 의사이자 병원장인 B씨를 고용주로 해서 나갔다. B씨를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셈이다.


근로자들에 임금 못 준 병원⋯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무장' 유죄

1년 뒤 문을 닫게 된 병원.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임금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 검찰 수사는 근로계약서상 고용주인 B씨가 받게 됐고, 실제 재판에 넘겨진 것도 B씨였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홍성지원 재판부는 2016년 9월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누가 임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지는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실질적인 사용자는 A씨이고, B씨는 피고용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항소했지만, 기각돼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지난 2017년 7월, 같은 법정에서 A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OO병원'의 실경영자로서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체불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였다.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가 유죄판결을 받자 'OO병원'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은 A씨를 상대로 체불임금 지급 청구 소송을 냈다. 형사재판에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체불의 책임이 A씨에게 있다는 판결이 나왔으니, 민사소송에서 승소할 것이라 생각했다.


의료법 위반으로 사무장 병원 운영 무효⋯"책임은 사무장 아닌, 병원장에 있다"

그런데 이 민사소송을 맡은 재판부는 예상을 깨고 A씨가 "체불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주지법 김예영 판사는 2018년 8월 열린 재판에서 "근로계약에 따라 병원 근로자들에게 임금과 퇴직금 지급 의무를 지는 사람은 병원장 B씨이지, A씨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실질적인 고용주보다 서류상 병원장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김 판사는 "A씨가 의사인 B씨를 고용해 B씨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기로 한 내용의 계약은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사가 아닌 자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에 위반돼 무효이고, B씨 명의로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라 발생한 임금채무 등은 모두 의사인 B씨에게 귀속된다"고 말했다. 이는 대법원의 2011년 판결과 2014년 판결에 따른 것이다.


의료법 위반으로 A씨가 병원을 운영했던 자체가 무효가 되기 때문에, 병원 운영과 관련한 책임은 병원장이었던 B씨가 져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OO병원' 근로자들은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전주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박상국 부장판사)는 2018년 8월 열린 2심 재판에서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이 사안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 "의료법 위반이어도,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사무장이 밀린 임금 책임져야"

이 사안을 살펴본 대법원(재판장 김선수 대법관)은 지난달 29일 "원심판단은 실질적인 근로관계의 성립과 '사무장 병원'에서의 임금 지급 의무 주체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A씨가 고용의사 명의를 빌려 개설한 '사무장 병원'으로, 근로자들이 B씨와 계약했다 하더라도 실질적 근로관계는 A씨와 맺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A씨가 근로자 등에 대해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를 갖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어떤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의무를 누가 지느냐를 판단할 때는,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에 상관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한 1999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병원의 실질적인 주인이었던 A씨와 피고용 의사 B씨가 병원 운영과 관련해 맺은 약정이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무효가 된다고 해도, A씨가 C씨 등에 갖는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는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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