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의 불안 조성에 속아 굿 값 등 1,600만 원 지급…“사기죄로 고소할 수 없나?"
무속인의 불안 조성에 속아 굿 값 등 1,600만 원 지급…“사기죄로 고소할 수 없나?"
불안감 조성과 기망, 강요로 진행됐다면 사기죄 성립 가능
그러나 ‘기망 행위’를 명확히 입증하는 게 어려워, 사기죄 적용이 쉽지 않은 게 현실

무속인의 불안감 조성과 기망, 강요에 따라 1,600만 원을 주고 굿을 한 A씨. 그는 무당을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셔터스톡
무속인이 A씨에게 “굿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 “옆집에서 수작을 부린다”는 등의 말로 불안을 조성한 뒤, ‘굿’, ‘터 고사’, ‘부적’ 등 명목으로 1,600만 원을 받았다.
무속인은 돈이 없다는 A씨에게 ‘어떻게든 마련하라’, ‘대출이라도 받으라’고 강요했고, A씨는 실제로 대출을 받아 무속인에게 송금했다. 그런데 A씨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기인 것 같아 환불을 요구했고, 무속인은 이미 굿과 고사가 끝났으니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이와 관련한 카카오톡 대화, 송금 내역, 환불 약속 대화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사기로 고소할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사기죄가 성립할 수는 있지만, 무당의 ‘기망 행위’를 입증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 있어
내용만 놓고 볼 때는 사기죄가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무속인이 비과학적 공포심을 조성하고 대출까지 유도하며 고액의 금전을 수취한 정황으로,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특히 굿이나 터 고사 등이 강요된 불안감과 기망(거짓말)에 의해 진행됐다면 사기로 판단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법무법인 한일 이환진 변호사는 “무속인의 행위가 단순 신앙 행위의 범위를 넘어, 고의적 불안조성과 기망을 통해 금전을 편취했다면 형법상 사기죄(형법 제347조)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굿을 안 하면 큰일 난다’는 무당의 발언, ‘대출해서라도 마련하라’는 압박, 불분명하거나 무의미한 수준의 형식적 절차만으로 고액을 요구한 사실 등은 기망 행위와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법률사무소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무속으로 과도하게 큰 금액을 받으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판례가 있다”며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불안을 조성하고 대출까지 부추긴 기망 행위가 있어 A씨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안의 경우, 무당의 기망 행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법무법인(유한) 한별 김전수 변호사는 “형사적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처음부터 무속인이 굿이나 부적이 실제 효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A씨를 기망하여 금전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기망 행위’를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굿이나 부적은 그 효과나 효력을 법적으로 객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사기죄 성립이 다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부연했다.
무속인에 대한 사기죄 고소…변호사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해
이환진 변호사는 “무당이 실제로 굿을 진행했다 하더라도, 그 효과가 과장되었거나 금전 청구가 사회 통념상 현저히 과다한 경우에는 민사적으로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인정될 수 있다(민법 제741조)”고 했다.
이진훈 변호사는 “무속 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신중한 편이므로,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내용증명 발송으로 환불 의사를 재차 확인한 후, 소송을 진행하면서 적정 금액에서 합의나 조정을 통한 해결을 권장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무속인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조력이 필수라고 변호사들 말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무속인을 사기죄로 고소하려면 변호사 조력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상대방의 행위가 법리적으로 사기라는 점을 소명하여 정식으로 형사고소장을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민사소송에서의 입증책임도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에게 있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소송이 되려면 역시 변호사 조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