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진행 중 어머니 공탁금, 미리 써도 될까?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한정승인 진행 중 어머니 공탁금, 미리 써도 될까?

2026. 09. 07 10:3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빚은 안 물려받기로 하고 상속재산 먼저 썼다간

'단순승인' 간주돼 빚더미 앉을 수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최근 돌아가신 어머니의 상속 절차를 밟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빚까지 떠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법원에 한정승인(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는 제도)을 신청했다.


상속재산으로는 어머니의 임대차보증금 약 3,000만원이 법원에 공탁된 상태다. 법원에서 상속 지분대로 돈을 찾아가라는 통지를 받은 A씨는 고민에 빠졌다.


당장 돈을 인출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나중에 혹시 채권자가 나타나면 그때 자기 돈으로 갚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과연 A씨의 생각대로 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까?


어머니가 남긴 공탁금 3,000만원…'한정승인' 신청한 상속인

A씨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상속인으로는 A씨와 누나, 그리고 연락이 두절된 아버지가 있었다. A씨와 누나는 어머니의 재산과 함께 빚도 물려받을 것을 우려해 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했다.


상속재산목록에는 법원에 공탁된 어머니 명의의 임대차보증금 약 3,000만원이 포함됐다.


이후 법원으로부터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공탁금을 찾아가라는 통지를 받았다. 연락이 끊겼던 아버지는 이미 자신의 몫을 수령해 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한정승인 심판문이 나오면 곧바로 신문공고를 내고 2개월간의 채권자 신고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안심상속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조회된 어머니의 채무는 없다.


'나중에 내 돈으로 갚으면 되지'…변호사들 "절대 안 된다"

A씨의 생각은 법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변호사들은 한정승인 절차 중에 상속재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면 한정승인의 효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민법 제1026조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거나, 부정소비한 경우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이를 '법정단순승인'이라 한다.


법무법인 글로리 김민희 변호사는 "한정승인 심판 후 신문공고 기간 중 상속재산인 공탁금을 인출하여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는 민법 제1026조 제3호의 ‘상속재산의 부정소비’에 해당하여 법정단순승인으로 간주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상속인은 고인의 모든 빚을 자신의 재산으로 갚아야 할 처지에 놓인다.


A씨처럼 '나중에 채권자가 나타나면 내 개인 재산으로 변제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소용없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사후적으로 본인 재산으로 변제할 수 있었다는 사정은 단순승인 판단에서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중요한 기준은 변제 능력이 아니라, 상속재산을 채권자 변제를 위해 제대로 보존하고 관리했는지 여부라는 설명이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분리 보관'

그렇다면 상속재산은 어떻게 관리해야 안전할까. 변호사들은 신문공고와 채권자 변제 절차가 모두 끝날 때까지 상속재산을 개인 재산과 섞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한정승인의 핵심은 상속재산을 내 재산처럼 소비하지 않고 채권자에게 변제할 재원으로 보전·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실무적으로는 공탁금을 인출하더라도 별도 계좌에 분리 보관하고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신문공고 기간이 끝나고 채권자 신고가 없거나 채권자들에게 변제를 마친 뒤, 남는 재산을 상속인들이 나누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중산 김영오 변호사 역시 "법원 공탁금은 엄연한 상속재산"이라며 "이를 수령하여 개인적인 용도(생활비, 투자 등)로 사용하는 행위는 '부정소비' 혹은 '처분'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크다"고 거듭 경고했다.

이 기사, 어떻게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