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 한 번에 보증금 '증발'? 신혼부부의 눈물
전입신고 한 번에 보증금 '증발'? 신혼부부의 눈물
어머니 사는 전셋집, 내 명의 대출…대항력과 신혼 혜택의 딜레마

신혼부부 혜택을 위한 주소 이전 시, 어머니가 사는 본인 명의 전셋집의 대항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 / AI 생성 이미지
결혼 후 신혼집으로 이사했지만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신혼부부 혜택을 받으려 주소지를 옮기자니, 어머니가 홀로 사는 전셋집의 수억 원 보증금이 위험해진다. 보증금을 지키자고 버티면 달콤한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내 명의의 전세대출과 어머니의 실거주, 그리고 법의 엄격한 잣대 사이에서 한 가장이 내린 절박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어머니는 계속 사실 건데…” 한 가장의 절박한 질문
갓 결혼해 아내와 함께 신혼집으로 거처를 옮긴 A씨. 하지만 그의 등본은 아직 어머니와 함께 살던 전셋집에 남아 있다. 이 집은 A씨 명의로 전세대출을 받아 계약한 곳으로, 지금은 어머니가 홀로 살고 있다.
문제는 A씨가 신혼부부에게 주어지는 법적 혜택을 받기 위해 신혼집으로 전입신고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인 A씨가 주소지를 옮기면, 집주인이 바뀌거나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지켜 주는 강력한 힘인 '대항력'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기존 전세집을 뺄 생각은 없고 어머니가 계속해서 거주하실 예정입니다"라며, "이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가족이면 괜찮다” vs “보장 못 한다” 엇갈린 법조계
A씨의 복잡한 상황을 두고 법률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희망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공동법률사무소 온힘앤파트너스 이재명 변호사는 "대항력 요건으로서 주민등록은 임차인 뿐만이 아니라 동거가족의 주민등록도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라며 A씨의 주민등록이 이전되더라도 어머니의 주민등록이 유지된다면 대항력은 유지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는 다소 낙관적인 소수 의견일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대항력을 '유지'하려면 임차인 본인의 주민등록이 계속 존속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는 "현거주지(신혼집)로 A씨의 주민등록을 이전할 경우, 기존거주지에는 어머님의 주민등록만 남아 있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법원에서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인정해 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실적 해법은 '집주인과의 협상'…3가지 제안
대부분의 전문가는 법리적 다툼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열쇠는 임대인(집주인)의 동의와 협상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여러 변호사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해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어머니를 계약의 주체로 내세우는 방법이다. 법무법인 논현 한민옥 변호사는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위 계약서 작성을 요청해 보십시오"라며 어머니 명의로 임대차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둘째, 공동명의로 계약을 변경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무율 김도현 변호사는 "어머니와 공동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어머니가 거주한다면 대항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사전에 임대인과 협의가 필요하고 전세대출 약관도 검토하여야 한다며 임대인과 은행 양측과의 협의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셋째,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는 방법도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등기를 통해 주소 이전과 무관하게 대항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등기 비용과 임대인의 동의라는 허들이 존재한다.
두 마리 토끼 잡는 묘수 없다…결국 '선택'의 문제
결론적으로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체계상 A씨가 신혼부부 혜택을 위해 주소를 이전하면서 동시에 A집의 대항력을 완벽하게 지켜낼 '마법' 같은 방법은 사실상 없다.
법은 임차인 '본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쳐야만 대항력을 취득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결국 A씨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신혼부부 혜택이 주는 경제적 이익과 대항력 상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억 원대 보증금 손실 위험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A집의 남은 계약 기간, 집주인의 재정 상태, 선순위 채권 존재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본 후, 임대인 및 대출 금융기관과 협의를 통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