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긴 반려견 무단 처분은 '횡령'? 개 농장 끌려간 곰순이 사건으로 본 법적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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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맡긴 반려견 무단 처분은 '횡령'? 개 농장 끌려간 곰순이 사건으로 본 법적 사각지대

2026. 02. 09 17:39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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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언제까지 '물건'이라 부를 것인가

8만 원에 거래된 배신의 전말

지해피독 인스타그램

시베리아허스키 믹스견 ‘곰순이’의 가족 최지욱 씨에게 2026년의 시작은 악몽 그 자체였다. 집 공사 기간 중 믿고 맡겼던 식당 주인으로부터 "곰순이가 없어졌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데리러 가기 바로 전날이었다.


최 씨는 전국을 누비며 ‘곰순이를 찾습니다’라는 전단지를 뿌렸고, 제보가 들어오면 충북 청주에서 경남 김해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하지만 진실은 실종이 아닌 '인재'였다.


CCTV 확인 결과, 식당 주인은 업장을 방문한 가스회사 직원에게 단돈 8만 원을 받고 곰순이를 팔아넘겼다. 직원은 이를 다시 개 농장에 25만 원을 받고 재판매했다. 최 씨가 개 농장에서 곰순이를 구조했을 때, 아이는 이미 파보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쓰러진 상태였다. 결국 곰순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가족과 약속했던 퇴원 기념 여행은 영영 이뤄지지 못했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타의로 잃는 사례는 빈번하다. 유실동물 찾기 봉사단체 ‘지해피독’의 송유정 대표는 3년간 1,500건의 의뢰를 받아 400여 마리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보호자들은 실종의 고통 외에 또 다른 벽에 부딪힌다. 바로 ‘전단지’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반려동물 실종 전단을 미아 찾기와 달리 일률적인 ‘불법 광고물’로 간주해 장당 과태료를 부과한다. 가족을 찾기 위한 마지막 사투조차 범법 행위가 되는 현실이다.


"횡령인가, 손괴인가" 곰순이를 사지로 몰아넣은 이들의 법적 책임

법 전문가들은 곰순이 사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형사책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반려견을 무단 처분한 식당 주인에게는 '횡령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타인의 동물을 위탁받아 보관하던 중 임의로 판매한 행위는 전형적인 횡령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전지방법원 2015. 11. 18. 선고 2015노2490 판결에 따르면, 피해자의 강아지들을 보관하던 중 고지 없이 판매한 피고인에게 법원은 "보관자의 지위에서 임의 처분한 것은 횡령"이라며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또한, 곰순이를 개 농장에 넘긴 가스회사 직원과 이를 매수한 농장주에게는 '장물취득죄'와 더불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검토된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 5. 8. 선고 2017고단1870 판결에서는 타인의 반려견을 습득한 뒤 탕제원에 넘겨 죽게 한 행위에 대해 점유이탈물횡령과 동물보호법 위반을 모두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곰순이가 개 농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한 점 역시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미아 찾기는 공익, 반려동물은 불법?"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 시급

문제는 현행법이 반려동물을 여전히 ‘물건(재물)’으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타인의 반려견을 죽여도 형법상 ‘재물손괴’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피해자가 느끼는 가족 상실의 고통과 법적 잣대 사이의 괴리가 깊은 이유다.


특히 옥외광고물법에 따른 실종 전단지 규제는 반려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실종된 반려동물은 도로 사고 유발이나 시민과의 접촉 사고 등 지역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적 홍보가 아닌 ‘공공 안전’을 위한 활동으로 보고, 미아 찾기 전단처럼 예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민동의 청원에는 이러한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별로 들쭉날쭉한 단속 기준을 정비하고, 실종 전단을 과태료 대상에서 제외하는 표준 지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546만 반려인 시대, '생명 존중' 담은 새로운 법적 지위 필요

KB금융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반려인은 전체 인구의 29.9%인 1,546만 명에 달한다. 이들 중 87%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한다. 사회적 인식은 이미 동물을 생명체로 존중하고 있지만, 법체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최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3. 5. 11. 선고 2023고단302 판결에서 1,200여 마리의 동물을 굶겨 죽인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의 법정 최고형이 선고되는 등 엄벌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법원은 "생명의 고통을 고려할 때 죄책이 매우 중하다"며 판결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곰순이 사건의 최지욱 씨는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보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더 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반려동물이 더 이상 '8만 원짜리 물건'이 아닌 법적 보호를 받는 '생명'으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곰순이의 비극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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