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유품서 나온 '친자 불일치' 유전자 검사지…가족관계등록부 속 조카, 상속 제외 가능할까
형 유품서 나온 '친자 불일치' 유전자 검사지…가족관계등록부 속 조카, 상속 제외 가능할까
형수 가출·별거 중 다른 남성 자녀 출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형의 유품을 정리하다 충격적인 서류를 발견했다. 유전자 감식 결과지였다.
형과 법적으로 자녀 관계인 아이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부모님마저 일찍 돌아가신 터라 세상에 혈육이라곤 형과 자신뿐이었던 A씨에게, 이 발견은 슬픔 위에 법적 혼란까지 얹어 놓았다.
지난 26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사망한 형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 있는 아이의 친자관계를 부정하고 상속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무법인 신세계로 박수민 변호사가 자문에 나섰다.
형수 가출·동거 중 태어난 아이, 법적으로는 여전히 형의 자녀
A씨의 형은 사업에 몰두하느라 밤낮없이 일하며 며칠씩 귀가하지 못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사이 형수에게는 다른 남자가 생겼고, 결혼 10년 차에 가출한 뒤 내연남과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형과 형수는 곧바로 이혼하지 않았다.
법적 부부 관계가 유지된 상태에서 형수는 동거남의 아이를 출산했고, 그 아이를 법적 남편이었던 형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했다. 이후 7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협의이혼에 이르렀다.
A씨는 당시 형 부부의 문제라 여겨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형이 세상을 떠난 뒤 유전자 감식 결과지를 직접 확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부모님도 없고 형도 재혼하지 않은 채 사망한 상황에서, 가족관계등록부상 형의 자녀로 남아 있는 그 아이가 상속인이 된다면 형의 재산 대부분을 가져가게 된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친생부인의 소, 동생은 제기 자격 없어"…법원에서 각하
A씨가 먼저 떠올린 것은 '친생부인의 소'였다. 하지만 박수민 변호사는 이 소송은 A씨가 제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 민법상 혼인 중 태어난 아이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는 '친생추정'을 받으며, 이 추정을 깨뜨리는 친생부인의 소는 원칙적으로 부부, 즉 남편이나 아내 두 사람만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남편인 형은 이미 사망했고, 형수는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형제인 A씨가 대신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박 변호사는 "형제라 하더라도 친생부인의 소의 원고적격이 없어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법원에서 각하된다"고 설명했다.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A씨에게 열린 또 다른 문
다만 이것이 A씨에게 아무런 법적 수단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박 변호사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라는 별도의 길이 있다고 짚었다.
친생부인의 소가 친생추정을 깨기 위해 부부 일방이 제기하는 소송이라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애초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경우에 친자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는 소송이다.
원고 범위도 훨씬 넓어, 부부뿐 아니라 이해관계 있는 친족도 제기할 수 있다.
이 사건에는 친생추정을 배제할 수 있는 특수한 사정이 세 가지 겹쳐 있다.
첫째, 형수가 집을 나가 다른 남성과 동거하던 중 아이를 임신·출산했다는 점이다.
부부 사이에 동거의 실질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해석이다.
둘째, 형이 생전에 직접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가 아님을 확인해 두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존재한다.
셋째, 형은 이미 사망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박 변호사는 "이런 경우에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의 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상속 이해관계 명확…원고적격 인정 가능성 충분
그렇다면 A씨에게 이 소송을 낼 자격, 즉 원고적격이 있는가.
박 변호사에 따르면 최근에는 단순히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어떤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를 따지는 흐름이 강해졌다.
그런데 A씨의 경우는 이 이익이 매우 명확하다. 형이 배우자 없이 사망하고 자녀로 등록된 아이만 남은 상황에서, 친자관계가 부정되면 형의 재산은 형제인 A씨에게 상속된다.
친자관계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직접적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소송을 준비하는 데 있어 박 변호사는 몇 가지 핵심 사항을 당부했다. 형이 남긴 유전자 감식 결과지 원본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첫 번째다.
"이 서류가 이번 소송의 핵심 증거"라며, 어느 기관에서 어떤 방법으로 검사했는지, 감정인의 서명·인장이 있는지도 확인해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형수의 가출 시점, 동거 시작 시점, 아이 출생 시점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고, 이 사실을 아는 가족이나 지인의 진술을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상속재산이 처분되지 않도록 보전 조치를 병행 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