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부부 중 한 명이 개인회생…월세 안내고 버티는데, 보증금 5000만원 지킬 수 있나
집주인 부부 중 한 명이 개인회생…월세 안내고 버티는데, 보증금 5000만원 지킬 수 있나
입주 4개월 만에 법원 통지…'사기' 주장했지만 집주인은 부인, 연체된 월세만 1년 반

집주인의 개인회생 신청으로 월세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려 월세를 미납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지난해 초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을 내는 조건으로 부부 공동명의 아파트에 입주했다. 계약 당시 이미 3억 5000만 원대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지만, 집주인 동의를 얻어 보증금 5000만 원에 대한 2순위 전세권을 설정하며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입주 4개월 만에 집주인 부부 중 한 명이 개인회생을 신청했다는 법원 통지문이 날아왔다. 불안해진 A씨는 손실을 줄이고자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지 않겠다고 구두로 통보한 뒤, 약 1년 반 동안 월세를 미납하며 거주하고 있다.
이후 법원에서 온 개시결정문에 A씨는 '사기채권'이라는 의견서까지 냈지만, 집주인 측은 사기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월세를 내지 않고 버티는 것이 과연 보증금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일까?
입주 4개월 만에 '개인회생' 통보…월세 미납으로 버티는 세입자
A씨는 지난해 초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80만 원에 2년짜리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해당 아파트는 부부 공동명의였고, 이미 3억 5000만 원이 넘는 1순위 근저당권이 잡혀 있었다.
A씨는 만일을 대비해 집주인의 동의하에 보증금 5000만 원을 지키기 위한 2순위 전세권을 설정했다.
문제는 입주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터졌다. 공동명의자인 집주인 중 한 명이 개인회생을 신청했다는 우편물을 받은 것이다. 이후 집주인이 매매를 시도하다가 무산되자 '경매로 처분하겠다'는 문자까지 보냈다.
결국 1년 뒤 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 개시 결정문까지 받게 된 A씨. 그는 보증금이라도 지키기 위해 약 1년 반 동안 월세를 내지 않으며 해당 아파트에 계속 거주하고 있다.
월세 미납, 보증금 지키는 '현명한 대처'일까 '독'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월세 미납은 법적으로 보증금에서 공제되지만 이를 두고 변호사들의 전략적 판단은 엇갈렸다.
일부 변호사들은 A씨의 대응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봤다. 법무법인 법승 이승우 변호사는 "월세 미납액은 보증금에서 당연 공제되므로 배당받을 채권액은 줄어들지만, 이미 거주를 통해 보증금을 스스로 회수한 셈이므로 손해가 되지 않는 타당한 대처"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 역시 "월세를 미납하여 손실을 상계하고 있는 것은 현명한 대처"라며 "어차피 임대인은 돈이 없어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으므로, 경매가 끝날 때까지 월세를 내지 않고 버티며 거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률사무소장원 장성원 변호사는 "연체로 인한 계약 해지 및 명도소송 위험이 있다"며 "미납 월세는 보증금에서 당연 공제되므로 별제권 행사나 배당 시 실제 수령액이 줄어든다. 미납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도 "미납 차임은 보증금에서 공제된 순액만 우선변제 대상이 된다"며 "연체가 길어질수록 실제 회수 가능액이 줄어드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집주인 '사기' 주장, 법적 실익 있을까
A씨는 집주인의 개인회생 절차에서 자신의 보증금 채권이 '사기에 의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집주인은 이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개인회생 법원 내에서의 서면 공방보다는 별도의 형사 고소를 검토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
변호사 홍현필 법률사무소의 홍현필 변호사는 "개인회생 법원은 형사상 유죄 판결이나 객관적 입증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단순 주장만으로 비면책채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사기죄로 먼저 고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사기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었다. 정진열 변호사는 "계약 당시 이미 선순위 근저당이 있음을 인지하고 계약했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임대인이 고의로 속였다는 '기망 행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보증금 지킬 '최강 무기' 전세권…경매는 언제쯤
변호사들은 A씨가 설정해 둔 2순위 전세권이 보증금을 지킬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전세권은 임대인의 개인회생 절차와 무관하게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별제권)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보증금 반환을 위해 전세권을 설정해 두셨다면, 개인회생 절차 안에 묶이는 일반 채권과 달리 별제권자로서 우선변제를 받을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권은 기간이 끝나도 보증금을 다 받기 전에는 함부로 말소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매는 당장 진행되기 어렵다. 법적으로 개인회생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변제계획 인가 결정이 날 때까지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는 중지된다.
홍현필 변호사는 "두 명 모두 개인회생을 신청한 경우 각 사건의 인가결정이 확정된 이후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인가결정이 내려진 후 경매 신청서를 제출하면 수개월 내에 절차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