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장미란씨 찾기는커녕 사건 허위 종결한 경찰⋯결국 추정시신 발견됐다
제주 장미란씨 찾기는커녕 사건 허위 종결한 경찰⋯결국 추정시신 발견됐다
통화 한 번 없이 "연락 닿았다" 거짓 보고
골든타임 날려 118개 CCTV 영상 지워져
결국 실종 104일 만에 추정시신 발견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실종 신고된 30대 여성 장미란 씨를 찾기는커녕 전산망에 '사망'으로 허위 입력해 사건을 종결시킨 경찰관의 기행이 공분을 사고 있다. 성인 실종자의 경우 본인이 원치 않으면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지 않을 수 있다는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참사다.
지난 5월 12일 제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 장미란 씨 사건을 담당했던 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실종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장 씨 가족에게 “연락이 닿았지만, 본인이 위치를 밝히기를 꺼린다”며 허위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후 24일 오전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면서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신 발견 지점은 장 씨가 실종된 숙소에서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출인 보호 규정의 역설
A 경장이 이렇게 쉽게 사건을 덮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성인 실종을 다루는 법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의 분석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이나 지적장애인 등은 실종아동법에 따라 강제력 있는 공개 수색이 가능하다.
하지만 18세 이상의 일반 성인은 법적으로 단순 가출인으로 분류된다. 가출인에게는 자신의 소재를 숨길 권리가 인정된다.
가정폭력을 피하거나 악의적인 채무 추적 등으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경찰청 훈령상 경찰이 실종자를 실제로 발견해 본인의 거부 의사를 확인하면, 보호자에게 소재를 통보하지 않고 시스템 등록을 해제할 수 있다.
통화 기록도 없이 "연락됐다" 거짓말…골든타임 날려
문제는 A 경장이 장 씨와 단 한 차례도 연락하지 않았으면서 규정을 악용해 "연락됐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다. 경찰의 말을 믿고 기다렸던 가족들이 다시 신고하려 했을 땐, 이미 '본인 거부' 기록이 남아 접수조차 거절됐다.
이 어처구니없는 거짓말 탓에 수색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장 씨의 행적을 쫓을 수 있었던 핵심 증거인 118개의 주변 공공 CCTV 영상은 보존 기한이 지나 모두 삭제되고 말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A 경장이 경찰 내부의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장 씨의 기록을 지우기 위해 해제 사유를 '사망'으로 허위 입력했다는 사실이다.
손 변호사는 이 기행 동기에 대해 "제대로 일을 하면 진행 사항도 확인해야 하고 보고도 해야 하니, 일하기 귀찮아서 대충 처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리했다.
연쇄 피해 부른 안일함, 시스템 개선 시급
A 경장의 이런 방식은 장 씨 사건에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 7월 접수된 60대 남성의 실종 신고 역시 같은 방식으로 무마됐고, 결국 이 남성은 최근 숨진 채 발견됐다. 한 경찰관의 일탈이 돌이킬 수 없는 연쇄 비극을 부른 것이다.
과거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적발돼 수사를 받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인 A 경장의 평소 근무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태로 국가수사본부장이 직접 제주로 내려가 사과하며 제도 보완을 약속했지만, 무너진 경찰 신뢰를 되돌리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한 개인의 심각한 직업윤리 위반과 성인 가출인 제도의 맹점이 맞물려 발생한 이번 사건은 실종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촘촘한 입법 보완이 시급함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