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창업에 날아온 억대 소송…"강제 서약서의 배신"
퇴사 후 창업에 날아온 억대 소송…"강제 서약서의 배신"
전 직장 "고객 DB 유출" vs A씨 "광고주 선택은 자유"

광고대행사 퇴사 후 창업한 청년에게 전 직장이 영업비밀 유출 등을 이유로 억대 소송을 제기했다. / AI 생성 이미지
성실히 일하던 광고대행사를 그만두고 창업한 청년에게 전 직장이 억대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전 직장은 그가 영업비밀인 고객 정보를 유출하고 부당하게 광고주를 빼돌려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사자는 강압에 의해 작성된 서약서와 회사의 과도한 주장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광고주의 자발적 선택과 영업비밀의 엄격한 요건을 들어 회사의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 직장의 '억대 소송'…"떠난 광고주, 전부 네 탓"
온라인 광고대행사에서 일반 영업직으로 일하던 A씨는 퇴사 1개월 뒤 동종 업계에 자신의 회사를 세웠다.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 일부도 그의 회사에 합류했다.
평화도 잠시, 2년이 지난 어느 날 A씨는 전 직장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받았다. 전 직장은 A씨와 동료들의 퇴사 시점을 전후해 계약을 해지한 모든 광고주의 대행 비용을 손해액으로 주장했다.
A씨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자신이 다루던 정보는 회사의 독점 기술이 아닌, 개인의 노력으로 터득한 영업 노하우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A씨는 "독점적인 기술, 독자적인 영업 방법론이 존재하는게 아닌 영업자 스스로가 터득한 영업 노하우로 업무가 진행되었습니다"라며, 광고주가 대행사를 바꾸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자유로운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삭제된 파일의 진실…'고객 정보 유출' vs '업무 편의'
전 직장이 내세운 소송의 핵심 근거 중 하나는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다. A씨는 재직 시절, 업무 효율을 위해 개인이 관리하던 광고주 정보를 정리한 파일을 자택에서 작업하고자 개인 이메일로 전송한 적이 있었다. 이 행위가 회사 보안 시스템에 포착되자, 그는 즉시 관리자 앞에서 해당 메일 전체를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A씨는 "실제 파일은 없으며, 관련 파일내용으로 영업한 부분도 없습니다"라고 현재 해당 정보를 보유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과거의 이력은 그의 발목을 잡는 '무기'가 되어 돌아왔다.
이 쟁점에 대해 이주헌 변호사는 "과거 메일 전송 이력이 보안 시스템에 포착된 점은 불리한 정황입니다. 다만 관리자 입회하에 삭제했다는 사실과 실제 창업 후 해당 데이터를 영업에 활용하지 않았음을 객관적인 정황 증거로 뒷받침하여 불법행위 성립을 부정해야 합니다"라고 분석하며, 불리한 정황 속에서도 적극적인 입증을 통해 방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제로 썼다"…효력 다툴 여지 큰 '1년 경업금지' 서약서
이번 소송의 또 다른 뇌관은 A씨가 퇴사하며 작성했던 '영업비밀 서약서'다. 이 서약서에는 1년간 동종업계로 이직하거나 창업할 수 없다는 경업금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A씨는 이 서약서가 "자발적으로 작성하지 않은 강제 서약서"였다고 주장하며 그 효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이 서약서가 법정에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홍윤석 변호사는 "별도의 대가 없이 강제로 작성된 전직금지 약정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보아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명확히 지적했다.
또한 조선규 변호사는 회사가 '광고주 목록(DB)'을 법적인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비밀로 관리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매우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법률가들 한목소리, "손해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회사에"
결론적으로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이번 소송에서 충분히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원고(전 직장)는 손해 발생 사실뿐만 아니라, 피고의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한병철 변호사는 "제시된 사정만으로 전 직장이 주장하는 손해배상, 개인정보 유출, 영업비밀 침해 책임이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라고 진단했다. 고용준 변호사 역시 "광고대행 업종에서 퇴사 후 창업, 동료 이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전 직장이 주장하는 '이탈 광고주 전체 비용=손해'가 그대로 인정되긴 어렵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광고주 이탈이 A씨의 명백한 불법행위 때문이라는 구체적 증거를 회사가 제시하지 못하는 한, 이번 소송은 A씨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