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차인 구하면 빼줄게요"…7개월 만에 말 바꾼 집주인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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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차인 구하면 빼줄게요"…7개월 만에 말 바꾼 집주인의 배신

2026. 04. 20 09:4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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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일로" 통보에 대출이자 폭탄…변호사 8인의 '정답'은 달랐다

새 임차인을 구하면 중도해지 해주겠다는 집주인의 약속을 믿고 새집을 계약한 임차인. 하지만 막상 새 임차인이 나타나자 집주인이 약속을 번복했다. / AI 생성 이미지

"새 임차인이 들어오면 계약을 끝내 주겠다"는 집주인의 약속 하나 믿고 새 집까지 계약한 임차인. 7개월간 스무 곳 넘는 부동산에 직접 발품을 판 끝에 새 임차인을 구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돌연 말을 바꿔 모든 합의를 없던 일로 했다. 늘어나는 대출 이자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상황에서 과연 보증금을 무사히 돌려받을 수 있을까?


8인의 법률 전문가에게 물었지만, 해법은 하나가 아니었다.


"최대한 협조한다더니"…새 세입자 나타나자 돌변한 집주인


사건의 시작은 202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차인 A씨는 집주인이 바뀐 뒤 집에 5억 원의 과도한 융자가 설정된 것을 보고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는 집주인에게 계약 중도해지를 조심스럽게 문의했다. 그러자 집주인은 문자를 통해 "새 임차인이 들어오면 계약이 종료된다"며 "원활히 진행될수록 최대한 협조해 드리겠다"고 흔쾌히 답했다.


A씨는 이 약속을 굳게 믿고 새집 매수 계약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7개월간, A씨는 20곳이 넘는 부동산업소에 직접 집을 내놓으며 새 임차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마침내 2026년 4월, 가계약을 하겠다는 희망자가 나타났지만, 바로 그 순간 비극이 시작됐다.


부동산업소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집주인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집주인은 부동산에 "내가 입주할 것"이라고 통보했고, A씨에게는 "27년 1월에 집주인이 입주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A씨가 "중도해지 동의는 없던 걸로 해달란 말씀이냐"고 되묻자 집주인은 짧게 "그렇다"고 답했다. 새집 잔금을 치르기 위해 빌린 대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내몰린 A씨는 결국 변호사들을 찾아 나섰다.


전문가 7인 "'해지합의 이행' 내용증명 보내야…명백한 합의 파기"


A씨의 사연을 들은 변호사 8명 중 7명은 '해지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주장은 명확했다. 집주인의 약속은 법적으로 유효한 '조건부 해지 합의'에 해당하며, 이를 일방적으로 깬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홍윤석 변호사(제로변호사)는 "문자와 녹취를 볼 때, '새 임차인을 구하면 계약을 종료한다'는 조건부 해지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보입니다. 가계약자가 나타났음에도 임대인이 거절한 것은 민법상 '조건 성취의 방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이규희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 역시 "이제 와서 본인 입주를 이유로 합의를 번복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할 소지가 큽니다"라고 지적하며, "임대인의 변심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대출 이자 및 자금 마련 비용 등을 추후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강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진훈 변호사(법무법인 쉴드)도 "임대인의 일방 철회는 신의성실 원칙 위반에 해당하며(민법 제2조), 그로 인한 추가 금융비용 등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민법 제390조)"라며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명확히 했다.


유일한 반대 의견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로 보기 어려워"


반면, 김상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정중동)는 유일하게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법정 다툼으로 갔을 때, A씨가 가진 증거만으로는 '확정적 합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단순히 “새 임차인이 구해지면 나갈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은 통상 조건부 허용 또는 협조 의사에 불과하고, 임대인이 무조건 중도해지를 수용하겠다는 확정적 의사표시로 해석되지는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섣불리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가 분쟁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상대방이 애초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분쟁으로 이어지더라도 승소 가능성 역시 제한적입니다"라며, 법적 안정성이 부족한 싸움을 하기보다는 우선 만기 해지를 통지해 확실한 계약 종료 시점을 확보하는 것이 더 안전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법원의 저울은 어디로?…'문자'와 '녹취'가 운명 가른다


비록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A씨가 승산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대법원은 문자메시지를 통한 약속도 '정지조건부 임대차계약 해지합의'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49513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A씨의 첫 수는 '해지합의 이행 촉구 내용증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시완 변호사(법률사무소 평정)는 "가계약자까지 나타난 상황에서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이를 거절한 것은, 민법상 조건의 성취를 신의성실에 반하여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하며 보증금 반환을 촉구할 수 있습니다"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이는 집주인의 변심이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합의 조건을 스스로 무너뜨린 행위이므로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집주인이 끝내 버틴다면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순간, A씨가 7개월간 차곡차곡 모아온 문자 메시지와 부동산과의 통화 녹취 파일은 집주인의 '약속'과 '배신'을 증명할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될 전망이다. 말 한마디의 무게를 잊은 집주인에게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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