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은 종이 쪼가리?’ 딥페이크 가해자 ‘무재산 배짱’에 우는 피해자들
‘판결문은 종이 쪼가리?’ 딥페이크 가해자 ‘무재산 배짱’에 우는 피해자들
변호사비 수백만 원 쓰고도 ‘배상금 0원’ 현실…전문가들 “10년짜리 법적 족쇄 채워야”

딥페이크 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가 무재산일 경우 민사소송을 통한 배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딥페이크 범죄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형사 재판에 이어 민사 소송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다. 수백만 원의 변호사 비용을 감수해도 가해자가 재산이 없으면 한 푼도 못 받는다는 현실의 벽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당장의 회수는 어려워도 ‘10년짜리 법적 족쇄’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며, 공동소송과 배상명령 등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백만 원 들여 이겨도 0원?”…피해자 울리는 ‘빈털터리 가해자’
“피고인이 무직이거나 재산이 없으면 변호사 선임비 등도 받을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이럴 경우엔 어떻게 되나요?”
딥페이크 공판을 앞둔 한 피해자의 물음은, 악성 범죄 피해 후 기나긴 법적 다툼에 나서는 이들이 마주한 서글픈 현실을 대변한다. 민사 소송을 결심해도 당장 수백만 원의 변호사 비용이 들어간다.
법무법인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의 경우 민사상 위자료 청구 소송의 착수금은 사건의 난이도와 로펌에 따라 통상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선으로 책정됩니다”라고 설명했다.
큰 돈을 들여 재판에서 이겨도 가해자가 ‘빈털터리’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질문 내용처럼 피고인에게 재산이 없거나 집행할 재산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실제 배상을 받기까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케이앤디법률사무소 한수연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피해자분들이 가장 억울해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법적 공백이 이 부분입니다”라고 지적했다.
“혼자보다 함께”...비용 줄이고 압박 높이는 ‘공동소송’의 힘
가해자는 한 명인데 피해자가 여럿이라면, 법률 전문가들은 ‘공동소송’을 우선 고려하라고 입을 모은다. 각자 소송에 나서는 것보다 비용과 절차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동일한 피고인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과정이므로, 사건을 하나로 묶어 진행하면 재판부도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고 피해자들끼리 정신적인 의지가 됩니다”라며 공동소송의 장점을 설명했다.
다만, 무조건 함께 소송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피해 정도나 개별 사정이 다르다면 다른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
법무법인 감명 임지언 변호사는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는 사실관계가 공통된다면 함께 소송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각 피해자의 피해 내용과 손해 정도가 다를 수 있어 공동 진행이 적절한지는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본 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며 신중한 검토를 당부했다.
“포기는 이르다”…10년간 따라붙는 ‘판결문’이라는 족쇄
가해자가 돈이 없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기는 이르다. 변호사들은 당장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민사 판결문, 즉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것 자체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판결문이 가해자의 미래 경제 활동을 옥죄는 강력한 ‘법적 족쇄’가 되기 때문이다.
더감 법률사무소 김경숙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현재 재산이 없더라도 판결문(집행권원)을 확보하면, 10년 간 당해 집행권원의 효력이 유지되므로 추후 가해자가 소득활동을 하거나 재산이 발생하면 언제든 강제집행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라고 그 힘을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만약 재산이 없고 강제집행 수단이 없게 된다면,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 신청을 통해 가해자를 채무불이행자로 만들어야 합니다”라며 가해자를 지속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추가적인 법적 절차가 존재함을 알렸다.
민사소송만이 답은 아니다…더 빠르고 저렴한 ‘배상명령’ 제도
별도의 민사소송이 주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면, 더 간편한 대안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 과정에서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하는 ‘배상명령’ 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민사소송을 따로 하지 않고도 형사 판결과 동시에 배상 판결을 받을 수 있어 피해자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비용과 시간이 부담되신다면, 형사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에 유죄 선고와 함께 위자료 지급을 명해 달라고 요구하는 배상명령 제도를 국선 변호사와 우선 논의해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해바라기센터 등을 통해 무료 법률 지원을 받는 방법도 있다. 억울한 피해 앞에서 좌절하기보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법적 구제 수단을 꼼꼼히 찾아 나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