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땅'은 팔았는데, '묘지'는 안 옮기는 전 주인…이럴 땐 어떡하죠?
나한테 '땅'은 팔았는데, '묘지'는 안 옮기는 전 주인…이럴 땐 어떡하죠?
아무리 내 땅이라도, 남의 묘지 맘대로 이장 못 한다⋯'분묘기지권' 때문
대신 토지 사용료는 받을 수 있다⋯2년간 토지 사용료 안 내면, 분묘 철거도 요구할 수 있어

A씨는 자신의 땅에 있는 묘지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직전 땅 주인인 B씨는 A씨에게 땅을 팔 당시 "올해 안에 묘지를 옮기겠다"고 했지만 수년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A씨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셔터스톡
분명 땅 소유자는 A씨다. 하지만 이 땅의 가장 좋은 터에는 다른 주인이 자리잡고 있다. 직전 땅 주인인 B씨의 가족 '묘지'였다.
B씨가 이 땅을 A씨에게 넘긴 건 무려 10년 전. 거래 당시 공인중개사는 "B씨가 올해 안에 해당 묘지를 옮긴다고 했다"며 A씨에게 귀띔을 했다. A씨도 이미 3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켜온 묘지를 막무가내로 파내는 건 원치 않았기에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지만, B씨는 "아직 그만한 명당을 못 찾았다"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이로 인해 A씨는 땅을 매수하고도 10년째 제대로 된 개발조차 못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씨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묘지 주인인 B씨가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현재로선 A씨가 임의로 묘지를 옮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문제의 묘지에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이 인정되는 상황이라서다.
분묘기지권이란, 남의 땅에 묘지를 만들었더라도 일정 면적에 대해서는 사용권을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아무리 땅 주인이라도, 타인 소유의 묘지를 허락 없이 이장할 수 없다.
법률사무소 대환의 김익환 변호사는 "2001년 1월 13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이후 생긴 묘지에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B씨 소유의 묘지는 해당 법 시행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상황이 다르다"라고 짚었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도 "토지 매매계약 당시에 분묘 이장 문제에 대해 아무런 약정이 없었다면, 매도인(B씨)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호사들은 "분묘기지권으로 인해 A씨가 당장 묘지를 옮기지는 못하더라도 구제받을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묘지 주인인 B씨를 상대로 토지 사용료를 청구하는 방법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지난 4월 나온 대법원 판례에 있었다. 우리 대법원이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권자를 상대로 토지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판례를 내놨기 때문. 기존에는 묘지를 임의로 옮길 수도, 토지 사용료도 받을 수 없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는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A씨 역시 B씨에게 토지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B씨에게 그간 10년 치 토지 사용료를 모두 청구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서울종합법무법인의 류제형 변호사도 "토지 소유자가 묘지 주인에게 청구를 한 시점 이후부터, 토지 사용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B씨에게 토지 사용료를 청구했는데도 이를 2년 넘게 연체한다면, 그때는 아예 묘지 철거를 요청할 수도 있다. 지난 2015년, 대법원은 묘지 주인이 토지 소유자에게 2년간 사용료를 내지 않은 사건에서 "해당 묘지를 철거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비춰 김익환 변호사는 "A씨도 B씨에게 토지 사용료 청구가 가능하고, 연체가 된다면 분묘 철거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