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내 땅" 주차장에 말뚝 박은 이웃... 참다못해 표지판 뜯어낸 반장님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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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내 땅" 주차장에 말뚝 박은 이웃... 참다못해 표지판 뜯어낸 반장님의 최후

2026. 02. 11 10:4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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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주차장 독점하려 차단기 공사까지 시도한 이웃

저지한 주민 대표는 죄가 없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공동 주택 주차장은 늘 전쟁터다. 그런데 어느 날 이웃이 공용 주차장에 "여긴 내 자리"라며 떡하니 표지판을 박아둔다면 어떨까. 심지어 주차 차단기까지 설치하려 한다면.


참다못한 빌라 반장이 주민들의 뜻을 모아 이 표지판을 떼어버렸다가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의 물건을 망가뜨렸으니 유죄일까. 법원과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반장님의 손을 들어줬다.


"여긴 내 전용 구역"… 빌라 주차장 사유화 시도한 이웃


사건의 발단은 2023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성북구의 한 작은 빌라, 총 8세대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곳에 분란이 시작됐다. 빌라 내 두 채를 소유한 입주민 B씨가 공용 주차장 일부를 자신의 전유물처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B씨는 "다른 거주자가 내 구역을 침범한다"고 주장하며 공용 주차장 바닥에 시가 35만 원 상당의 주차 표지판을 떡하니 부착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B씨는 아예 해당 구역을 사유화하기 위해 주차 차단 시설 공사까지 시작했다.


주민들의 고통은 컸다. 반장인 A씨와 주민들은 구청과 경찰서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유지 문제라 개입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 뾰족한 수가 없었다.


B씨는 반상회에 나오라는 연락도 무시한 채, 오히려 항의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경찰 신고와 형사 고소를 남발하며 버텼다.


"더는 못 참아"… 표지판 뜯어낸 반장, 법정에 서다


공권력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 결국 주민들이 직접 나섰다. 2024년 2월, 반장 A씨는 반상회를 열었고 입주민들은 결단을 내렸다. "저 표지판, 우리가 뜯어내자."


결의에 따라 A씨는 2024년 3월 21일 오전, 문제의 주차 표지판을 떼어냈다. 그러자 B씨는 기다렸다는 듯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타인의 재물(표지판) 효용을 해쳤다는 이유였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배심원 7명 만장일치 "무죄"… 법원이 인정한 정당행위


2025년 11월 18일, 배심원 7명의 평결 결과는 만장일치 무죄. 재판부 역시 배심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남의 물건을 뜯어냈는데 왜 무죄일까. 법원은 A씨의 행동을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로 인정했다.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무죄 판결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첫째, 목적의 정당성이다. A씨의 행동은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입주민들의 공용 공간에 대한 소유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둘째, 보충성(불가피성)이다. 주민들은 구청과 경찰에 수차례 도움을 청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민사 소송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당장 차단기 공사가 시작되는 마당에 표지판 제거 외에는 B씨의 폭주를 막을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셋째, 법익의 균형성이다. A씨가 훼손한 표지판의 가치는 35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이를 통해 지켜낸 주민들의 주차 공간 활용 권리와 주거 환경 가치는 훨씬 크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공용주차 공간 무단 점거를 막기 위한 상당한 방법으로 보인다"며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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