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할머니가 4선 의원" 정치인 핏줄 무기로 성소수자 협박해 1억 뜯었다
[단독] "할머니가 4선 의원" 정치인 핏줄 무기로 성소수자 협박해 1억 뜯었다
"회사에 성적지향 폭로하겠다" 협박으로 나체 촬영까지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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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외가가 다 판검사래. 할머니는 4선 의원이고. 엄마, 아빠 다 죽이겠다고 협박해"
피해자가 부모에게 보낸 절망적인 카카오톡 메시지다. 자신의 가족 중 4선 국회의원과 판검사 출신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동성애자들을 협박하고 1억이 넘는 거액을 빼앗은 A씨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재판장 남성민)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등이용강요), 유사강간, 강제추행, 공갈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2024년 11월 7일 밝혔다.
"신고해도 소용없어, 우리 가족 누군지 알지?"
A씨는 2023년 8월부터 알고 지내던 동성애자인 피해자 B씨(26세)와 C씨를 상대로 이들의 성적 지향이 직장 동료와 가족들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악용했다.
특히 A씨는 자신의 가족 중 4선 국회의원과 판검사 출신이 있다는 점을 무기로 삼았다. "너희가 신고해도 소용없다. 우리 가족이 누군지 알지?"라며 피해자들의 신고 의지를 원천봉쇄했다. 실제로 피해자 B씨는 부모에게 "얘네 집이 외가가 다 판검사래 할머니는 사선 의원이고"라는 메시지를 보내 A씨의 협박 내용을 고스란히 전했다.
A씨의 가장 치명적인 협박 수단은 '동성애 폭로'였다. 그는 피해자 B씨에게 "네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직장 동료들에게 모두 알리겠다. 회사에서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고, 피해자 C씨에게는 "가족들에게 네가 어떤 사람인지 다 말하겠다"며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사원증 몰래 촬영하며 시작된 지옥
A씨의 범행은 2023년 8월 21일 새벽 무렵 피해자 B씨의 사원증을 몰래 촬영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를 시작으로 A씨는 피해자들을 나체 상태로 무릎 꿇게 하고 굴욕적인 영상을 촬영했다.
법원이 확인한 A씨의 휴대전화에는 끔찍한 증거들이 담겨 있었다. 나체 상태로 무릎을 꿇고 있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신분증이 함께 촬영된 모습, A씨의 지시에 따라 수치스런 행위를 하거나 뒤돌아 엉덩이를 보여주는 피해자의 모습, 피해자가 주민등록번호를 말하고 A씨가 피해자의 얼굴 옆에 주민등록증을 갖다 대는 모습 등이 생생히 남아 있었다.
법원은 "이러한 촬영물들은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내용으로 피해자들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회사 연락처 다 뜯겼어...어떻게 살아"

피해자들의 절망은 그들이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피해자 B씨는 지인에게 "신고같은 거 절대 하면 안 돼. 절대 하지 말라고 해 줘. 제발 나 그럼 진짜 죽어", "최소 2~4천은 있어야 내가 갚아 나갈 수 있을 것 같아"라며 경제적 압박을 호소했다. 더 심각한 것은 "쟤 폰에 내 회사 사람들 연락처 다 다운 받아갔단말야. 진짜 그거 다 뿌려지면 나 어떻게 살아"라는 메시지였다.
A씨는 실제로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들의 연락처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받았다. 이는 피해자의 지인들에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린다거나 촬영된 영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었다.
1억 갈취 후에도 멈추지 않은 탐욕
A씨는 이같은 협박을 통해 피해자 B씨로부터 1억이 넘는 금품을 갈취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추가로 6,400만 원을 더 갈취하려다 피해자의 신고로 미수에 그쳤다. 피해자 C씨로부터는 3,000만 원을 가로챘다.
"정치인 소개 대가로 돈을 받았을 뿐"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로부터 정치인 소개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이 사건 범행 전후로 피해자에게 정치인들을 소개해주기 위해 정치인들에게 연락하거나 피해자로부터 교부받은 금원을 정치인들에게 교부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며 이를 일축했다.
또한 피해자들과의 성적 행위가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촬영물들에서 확인되는 A씨의 언동, 피해자의 표정 및 모습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촬영을 용인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요구했다거나, 성적 행위가 피해자의 동의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단호하게 판단했다.
법원 "권력 배경 내세운 악질 범행"
법원은 양형 이유에서 A씨의 범행을 강력히 질타했다. "피고인은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피해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협박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영상 등을 촬영하고, 그 과정에서 강제추행 및 유사강간까지 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비난가능성도 대단히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촬영물이 유포되거나 가족 또는 지인이 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과 장애인관련기관에 각 7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참고] 서울고등법원 2024노2084 판결문 (2024. 11. 7.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