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3일 만에 취소, 위약금 100만원?”…예비부부 울리는 웨딩홀 ‘족쇄 특약’
“계약 3일 만에 취소, 위약금 100만원?”…예비부부 울리는 웨딩홀 ‘족쇄 특약’
계약금 200만원 중 절반 요구한 웨딩홀…법률 전문가들이 밝히는 ‘불공정 약관’ 대처법

예비부부인 A씨가 웨딩홀 계약 사흘 만에 취소를 문의하자, 업체 측에서는 계약금 200만원의 절반인 100만원을 위약금으로 내라고 요구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계약 3일 만에 취소 통보하자 위약금 100만원을 요구한 웨딩홀,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약속한 계약서의 작은 글씨가 예비부부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웨딩홀 계약 사흘 만에 취소를 문의했다가 계약금 200만원 중 절반인 100만원을 위약금으로 내라는 통보를 받은 예비부부의 사연이다.
“곧 마감돼요” 속삭임에 찍은 도장, 3일 만에 ‘100만원 족쇄’로
예비 신부 A씨의 마음이 급해진 것은 웨딩홀 상담실 직원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추후에 재방문하면 견적이 더 올라갈 겁니다. 여기만 한 식장 없어요. 곧 마감되니 빨리 결정하세요.”
예약 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 시작된 상담, 일부 시설은 둘러보지도 못한 ‘깜깜이’ 상황이었지만 ‘지금 놓치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A씨는 결국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금은 200만원이었다.
하지만 계약의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인터넷 후기를 찬찬히 살핀 A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주차와 식사가 최악’이라는 혹평들이었다. 하객들에게 큰 불편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A씨는 계약 3일 만에 웨딩홀에 계약 취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청천벽력 같았다. “계약서 특약사항에 따라 상담 수수료 50만원과 계약 유지관리비 50만원, 총 100만원을 공제하고 100만원만 돌려줄 수 있습니다.”
계약서 속 ‘마법의 문장’…법원은 왜 ‘소비자 편’을 드나
웨딩홀이 내세운 근거는 계약서에 명시된 한 문장이었다. “계약 해지 시 상담 수수료 50만원과 계약 유지관리비 50만원을 고객이 별도 부담한다.”
A씨는 “계약서에 서명한 것은 맞지만, 고작 3일 만에 계약금의 절반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며 법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해당 특약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명륜의 오지영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에 따르면 예식일 90일 이전에 계약을 해제하면 총비용의 10% 내에서 위약금이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계약 후 단 3일 만에 취소하는 상황에서 계약금의 50%를 위약금으로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
핵심은 해당 특약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다. 약관규제법 제8조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라고 명시한다.
예식일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아있어 웨딩홀의 실질적 손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계약금의 50%를 위약금으로 책정한 것은 바로 이 ‘불공정 조항’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아가 우리 민법 역시 손해배상액이 부당하게 과다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민법 제398조 제2항).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한병철 변호사는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면서 “특히 A씨처럼 계약 직후 단기간 내에 취소 의사를 밝힌 경우, 법원은 웨딩홀 측이 입은 실질적인 손해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내 돈 되찾는 현실적 방법은?…‘이것’부터 시작하라
결국 A씨의 사례는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부당함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 방안으로 내용증명 발송, 한국소비자원 분쟁 조정 신청, 소액사건심판 청구를 제시했다.
우선 웨딩홀 측에 위약금이 부당하다는 점과 계약금 전액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첫 단계다. 이후에도 웨딩홀이 반환을 거부할 경우,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해 중재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법원에 소액사건심판(소송 가액이 3000만원 이하인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재판)을 청구해 법적 판단을 구하는 방법이 있다.
법무법인 정향의 오주하 변호사는 “소송으로 진행할 경우 법원에서 해당 위약금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해 감액하거나 전액 반환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계약은 신중하게’라는 격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부당한 계약에는 저항할 수 있다’는 소비자의 권리다. 법이 마련해 둔 구제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