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를 고발합니다" 허위 제보로 인한 이미지 실추, 무고죄 처벌 왜 불가능할까
"비리를 고발합니다" 허위 제보로 인한 이미지 실추, 무고죄 처벌 왜 불가능할까
익명 제보자가 회사에 신고⋯결백 입증했지만 이미지 실추
"익명 제보자를 무고죄로 고소하고 싶어요"
변호사들 "무고죄 성립 안 돼"⋯이유는?

최근 A씨는 업무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억울했던 A씨는 회사 측 조사에 성실히 참여했고 결국 결백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회사에서 A씨의 이미지가 상당히 실추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A씨는 업무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누군가 회사 온라인 게시판에 "A씨가 지인에게 일감을 몰아줬다", "인사팀에 채용 청탁을 했다"는 등의 내용을 익명으로 제보하면서다.
이러한 사실이 없는 A씨는 억울했다. 하지만 회사 측 조사에 성실히 참여했고 결백을 입증할 자료도 제출했다. 결론적으로 제보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회사에서 A씨의 이미지가 상당히 실추됐다. A씨 업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
이에 A씨는 익명 제보자를 찾아 책임을 묻고 사과받고 싶다. 하지만 조사팀은 익명 제보이고, 제보자 신원을 알아도 회사 규칙상 노출할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익명제보자에게 무고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
형법상 무고죄(제156조)는 ①다른 사람을 형사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②수사기관 등에 ③허위 사실을 신고했을 때 성립한다. 처벌 수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런데 이번 사안의 경우 한 가지 요건 때문에 무고죄를 적용하기 어렵다. A씨에게 징계가 내려지길 바라는 마음(①)에서 허위 사실을 제보(③)했어도, 경찰서 등 공무소(공공기관)에 신고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②).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누군가를 징계받게 할 목적으로 '사기업'에 허위 신고를 했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대신 변호사들은 익명의 제보자에게 명예훼손죄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형법상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익명의 제보자가 홈페이지 등에 글을 작성했기에 정보통신망법상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 유죄로 인정되면 7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할 수 있다.
법무법인 한율의 강동구 변호사는 "회사 온라인 게시판이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타인의 사회적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면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상대방을 고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제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도 고소가 가능할까. 강동구 변호사는 "회사를 상대로 사실조회 절차를 밟는 등 상대방을 특정할 방안이 있다"고 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조대진 변호사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특정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만약 익명의 제보자가 특정되고, A씨에 대해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제보한 게 사실이라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안영림 변호사는 말했다. 해당 제보로 인해 A씨가 수차례 조사를 받고, 이미지가 나빠진 점에 대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안병찬 변호사는 "특정인(회사 감사실)등에게만 보낸 경우라면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명예훼손죄도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