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에게 준 선물, '이 조건' 걸었다면 돌려받을 수 있다
헤어진 연인에게 준 선물, '이 조건' 걸었다면 돌려받을 수 있다
법조계 '다른 사람 생기면 반환' 약속은 법적 효력... 내용증명·소액소송으로 해결 가능

연인에게 준 선물도 "다른 사람 생기면 전부 돌려 주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면, 헤어진 뒤 돌려받을 수 있다. /셔터스톡
잠수 탄 전 연인에게 준 선물, '이 약속' 했다면 돌려받습니다
잠수 탄 옛 연인에게 60만원대 선물을 떼인 A씨. '다른 사람 생기면 전부 돌려주겠다'던 연인의 약속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는 걸까.
A씨는 과거 교제하던 B씨에게 50만~60만원 상당의 지갑, 반지 등을 선물했고, B씨는 이별 후 선물을 돌려주기로 했지만 약속을 어기고 연락을 끊어버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은 A씨의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사랑의 약속처럼 보이지만, 특정 조건이 붙은 약속은 법정에서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그 구체적인 해법을 짚어봤다.
“다른 사람 생기면 돌려줄게”, 이 약속의 법적 무게
일반적으로 연인 사이에 오간 선물은 '증여(대가 없이 재산을 주는 계약)'로 간주돼 돌려받을 수 없다. 우리 민법 제554조에 따른 것으로, 이미 상대방에게 건네져 이행이 완료됐다면 계약을 물릴 수도 없다(민법 제558조). 사랑의 징표를 법의 잣대로 되돌려 달라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A씨의 사연에는 결정적 반전이 숨어있다. 바로 B씨가 했던 "다른 사람이 생기면 돌려주겠다"는 약속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한마디가 상황을 180도 바꾸는 '해제조건부 증여(조건이 성립하면 효력을 잃는 증여)'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상대방이 다른 사람이 생기면 다시 준다고 발언했다면 이는 법리적으로 반환 약정 계약을 한 것"이라며 물건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소송은 최후의 카드… ‘내용증명’ 한 장의 압박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선물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이 첫손에 꼽는 방법은 소송에 앞서 법무법인 명의로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는 것이다. 법무법인 직인이 찍힌 우편물은 상대방에게 소송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 압박을 준다.
실제 소송으로 번질 경우 수백만 원의 소송비용까지 물어내야 할 수 있다는 공포감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을 피하려 순순히 선물을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이진채 변호사(법률사무소 가호)는 "똑같은 상황에서 저희 연락과 내용증명 한 번에 상대방이 사과하고 물건을 돌려준 사례가 있었다"며 실효성이 높은 방법임을 강조했습니다. 내용증명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첫 단계인 셈이다.
카톡 대화가 ‘결정적 증거’… 소액재판의 모든 것
만약 내용증명에도 B씨가 묵묵부답이라면, A씨는 법적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선물 가액이 3000만원 이하이므로, 정식 소송보다 절차가 간편하고 신속한 '소액사건심판'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이다. 법정에서는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객관적 증거가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돌려주겠다'는 약속이 담긴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SNS 기록 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심준섭 변호사(법무법인 심)는 "상대방의 반환 약속과 실제 다른 사람이 생긴 사실이 입증된다면 반환청구가 가능하며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사랑의 약속이 법적 분쟁의 증거가 되는 씁쓸한 현실이지만,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냉정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