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5000만원 월세 살던 집, 경매로 넘어갔습니다…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살던 집, 경매로 넘어갔습니다…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선순위 근저당 있던 집, 새 주인이 '밀린 월세' 독촉…보증금 한 푼 없이 쫓겨날 판

전입신고를 마친 세입자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제도로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2024년 4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150만 원을 내는 조건으로 서울의 한 건물에 입주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도 모두 마쳤다.
평온했던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입주 6개월 만인 그해 10월, 집에 대한 경매 통보를 받은 것이다. A씨는 법원에 배당요구 신청서를 냈지만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임대인에게 물었지만 답이 없었고, A씨는 2025년 9월부터 월세를 내지 않았다. 결국 집은 2026년 7월 다른 사람에게 낙찰됐다.
설상가상으로 새 주인(낙찰자)은 "밀린 월세에 대한 채권을 넘겨받았다"며 내용증명까지 보내왔다. 보증금도 못 받은 채 이사를 가야 할 처지에 놓인 A씨, 과연 보증금을 지킬 수 있을까?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로 보증금 5000만원은 보호 대상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제도 덕분이다.
현행법상 서울시는 보증금 1억 6,500만 원 이하인 임차인을 소액임차인으로 보고, 이 중 5,500만 원까지는 다른 채권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도록 보호한다.
새올법률사무소 강원모 변호사는 "서울은 보증금 1억 6500만 원 이하면 5500만 원까지 최우선변제 대상이라, 보증금 5000만 원은 범위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증금 전액을 무조건 받는 것은 아니다. 최우선변제금은 집 매각대금의 2분의 1을 넘을 수 없다. 만약 다른 소액임차인이 더 있다면 이 한도 내에서 나눠 가져야 한다.
문제는 '선순위 근저당', 새 주인에게 대항력 없어
하지만 A씨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A씨가 입주하기 전인 2023년에 이미 집에 근저당권(은행 대출 등)이 설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보다 앞선 순위의 권리가 있는 경우, 세입자는 경매 낙찰자(새 주인)에게 임대차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이를 법적으로 '대항력이 없다'고 한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근저당권 설정 이후 입주했으므로, 낙찰자에게 대항력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새 주인이 집을 비워 달라고 요구하면, A씨는 계약 기간이 남았더라도 집을 비워줘야 한다. 보증금은 경매 배당 절차를 통해서만 회수할 수 있다.
새 주인의 '월세 독촉', 법적 근거 있나
새 주인은 A씨에게 밀린 월세를 내라고 요구했다. 이는 법적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임대차보증금은 계약 종료 시까지 발생한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한다. 따라서 밀린 월세와 관리비 등은 보증금에서 공제하고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낙찰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에도 A씨가 계속 집에 살았다면, 그 기간만큼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이는 '월세'가 아니라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은 것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의 성격을 갖는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낙찰자의 잔금 납부일 이후부터 퇴거일까지의 거주 기간도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지급해야 하므로, 금액 조정은 낙찰자와 합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낙찰자와의 협상'
변호사들은 낙찰자와의 협상을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꼽았다.
A씨가 법원에서 배당금을 받으려면 낙찰자로부터 '명도확인서'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 반대로 낙찰자는 A씨가 집을 비워줘야 완전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서로 필요한 것이 있는 셈이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낙찰자와의 협의를 통해 명도 조건, 미납 월세 조정 등을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배당기일 전에 이사를 가야 하는 급한 사정이 있다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를 마친 후 이사해야 한다. 그래야 이미 취득한 우선변제권을 잃지 않고 배당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