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수리남' 때문에 이미지 나빠졌다는 국가 '수리남'…재판 가면 이길까?
드라마 '수리남' 때문에 이미지 나빠졌다는 국가 '수리남'…재판 가면 이길까?
남미 국가 수리남, "드라마 제작사 상대로 법적 조치 검토할 것"
변호사들 "소송 자체는 가능, 드라마 책임은 글쎄" 지적한 이유는?

남미에서 마약 조직을 운영했던 한국인 마약왕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실존 국가 '수리남'으로부터 뜻밖의 경고를 받았다. 자국을 마약 국가로 묘사했다는 항의와 함께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셔터스톡·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남미에서 마약 조직을 운영하는 한국인 마약왕'
2000년대 초, 남미에서 벌어진 마약 관련 실화를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공개 직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 이름은 실제 사건 배경이 됐던 남미 국가 수리남(Suriname)의 이름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두고 수리남 정부가 직접 나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수리남 외교⋅국제협력부 장관은 "수리남은 오랫동안 마약 국가라는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더는 그렇지 않다"며 "드라마 제작사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급기야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면서 현지 교민 안전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 로톡뉴스는 실제 수리남이 법적 조치를 취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정리해봤다.
우선, 외국 정부가 한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 국가 간 분쟁이 아닌 만큼 WTO 분쟁해결기구 등 국제기관을 통할 순 없지만, 충분히 소 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혜명의 이지윤 변호사는 "해석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국제사법 제2조에 근거해 수리남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이 검토될 순 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 한국 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수리남 내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방안 역시 가능하다. PD&LAW 법률사무소의 한상훈 변호사는 "재판 관할을 수리남 자국으로 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수리남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국내법을 기준으로 가정했을 때 변호사들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나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등을 제기하더라도, 판례에 따라 '표현의 자유'라는 점이 인정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법률 자문

그 근거로 변호사들은 영화 '실미도'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해당 영화는 실제 존재했던 실미도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는데, 극중 인물로 묘사된 부대원들의 유족이 법원에 소송을 냈다. "실미도 부대원을 범죄자로 묘사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당시 대법원은 "역사적 사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망인⋅유족의 명예보다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돼야 한다"며 "상업적 흥행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다소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이 아닌 한 용인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 2019년 대법원 판례도 이와 비슷하다. 군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숨진 A중위 의문사 사건을 다룬 작품을 두고 유족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역시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구체적인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게 아닌 이상 역사적 사실의 각색은 어느 정도 용인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지윤 변호사는 "이러한 판례 태도에 따르면 드라마 '수리남'을 남미 국가 수리남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드라마가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게 아니라) 2000년대 초 수리남에 거점을 두고 마약을 밀매한 한국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상훈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드라마 제작사에선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점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구체적인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논란에 대해 15일 "아직 수리남 정부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항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며 "외교부는 수리남과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해 지속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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