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했지만 이혼은 하고싶다' 유책배우자의 역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내가 잘못했지만 이혼은 하고싶다' 유책배우자의 역설

2026. 01. 30 12:4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배우자가 이혼 조정 취하할까 불안…'소송 주도권' 쥘 방법은?

혼인 파탄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가 이혼을 밀어 붙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셔터스톡

“제가 유책배우자인데, 이혼을 간절히 원합니다.” 배우자가 먼저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그의 마음이 오락가락해 조정 신청을 취하할까 봐 불안에 떠는 한 사람의 사연이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혼의 칼자루를 쥔 상대방이 변심할 경우, 유책배우자가 절차를 계속 밀어붙일 방법은 없을까?


변호사들은 “이 서류 한 장이면 상대가 일방적으로 판을 엎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할일은 답변서 제출

스스로를 ‘유책배우자’라고 밝힌 A씨는 최근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배우자가 먼저 이혼 조정 신청을 했지만, 정작 배우자의 이혼 의지가 확고해 보이지 않아 고민이 깊어졌다. A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혼’ 그 자체인데, 만약 배우자가 조정을 중간에 취하해버리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상대방이 이혼 조정을 취하할까봐 저도 신청인 자격을 가지고 싶다”며, “저도 새로운 이혼 조정 신청을 하면 상대방이 나중에 취하해도 제가 신청한 조정을 계속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자신이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 절차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다수의 변호사는 A씨와 같은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답변서 제출’을 꼽았다. 상대방이 낸 이혼 조정 신청에 대해 ‘나도 이혼을 원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답변서를 신속하게 법원에 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순례 변호사는 "상대방의 이혼조정신청에 대해서 우선 이혼을 원한다는 답변서부터 접수하세요. 그러면 상대방이 이혼조정신청서를 취하한다고해도 A씨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답변서가 접수되기 전에는 상대방이 동의없이도 조정신청취하가 가능하니, 우선 얼른 '이혼을 원한다. 자세한 것은 곧 준비서면 제출하겠다'라고 서면제출하세요"라고 강조했다.


조현정 변호사 역시 "A씨가 답변서를 제출하게되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이혼조정신청을 취하할 수 없고, A씨의 동의를 받아야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답변서 한 장이 상대방의 일방적인 ‘변심’을 막는 안전장치가 되는 셈이다.


그 다음엔 '반조정 신청' 해야

답변서 제출로 방어막을 친 뒤에는 더 적극적인 공격도 가능하다. 일부 변호사들은 ‘반조정신청’ 또는 ‘반소(소송 단계에서 제기하는 맞소송)’를 효과적인 전략으로 제시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반조정 신청을 하시면 상대방이 원래의 조정신청을 취하하더라도 A씨의 조정 절차는 독립적으로 계속 진행됩니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A씨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기존 사건과 무관하게 ‘새로운 이혼 조정 신청’을 별도로 내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미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또다시 신청하는 ‘중복조정신청’은 법원에서 각하될(심리 없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는 "동일 사건에 대해 별도로 조정신청을 하시더라도 상대방의 취하 시 절차는 종료되며, 새로운 조정신청이나 소송 제기가 필요합니다"라며 별도 신청의 한계를 짚었다. 따라서 기존 절차 안에서 답변서나 반소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유책 배우자도 이혼 소송을 낼 수 있는 길은?

궁극적으로 A씨가 이혼에 성공하려면 ‘유책배우자는 이혼 소송을 낼 수 없다’는 대원칙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 법원은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유책주의).


하지만 예외는 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음에도 관계회복이 어려워 더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A씨의 경우처럼 상대방이 먼저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는 사실 자체가 ‘상대방 역시 혼인 계속 의사가 없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법원은 상대방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만 이혼을 거부할 뿐 실제로는 혼인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되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