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괴롭힘 신고 3일 만에 날아온 '계약 종료' 통보
직장 괴롭힘 신고 3일 만에 날아온 '계약 종료' 통보
동료는 전원 재계약, 신고자만 배제…법조계 “전형적 보복 조치”

한 반도체 건설 현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가 사흘 만에 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한 반도체 건설 현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가 사흘 만에 계약 종료를 통보받아 파문이 일고 있다.
회사는 동료 전원과 계약을 연장했지만, 유독 신고자만 계약 갱신에서 배제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신고와 불이익 처분 사이의 시간적 근접성과 차별적 대우를 근거로, 근로기준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보복성 조치'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신고했더니 돌아온 건 계약 종료”…한 근로자의 절규
평택의 한 반도체 건설 현장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A씨에게 지난 두 달은 악몽과 같았다. 입사 보름 만인 4월 30일, 현장 관리자로부터 이유 없는 강제 조퇴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괴롭힘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6월 12일에는 휴무 관련 통화 중 욕설을 들었고, 그에 대한 보복인 듯 연장근로에서도 배제됐다.
사건은 6월 16일 극에 달했다. 온열질환 증세로 문진 후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았음에도 현장에서 강제로 쫓겨났다. 심지어 회사는 출역일보에 '개인사유 조퇴'라고 허위로 기재했다.
같은 날, 가해자는 단체 카톡방에서 A씨를 공개적으로 모욕했고, 회사는 무기한 출근정지까지 통보했다. A씨는 이 모든 과정을 녹음과 캡처로 기록해 두었다.
결국 6월 23일, A씨는 현장 소장에게 모든 피해 사실을 정식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회사의 반응은 황당했다. 유급휴가는 어렵다며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 대신 팀 변경이나 타 지역 공장으로의 이동을 제안했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회사는 불과 사흘 뒤인 26일, 다른 동료들이 모두 연장 계약서에 서명하는 동안 A씨에게만 사내 앱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신고 직후 계약종료, 명백한 불법”…변호사들 한목소리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사례가 근로기준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불리한 처우'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한 사용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한대섭 변호사는 “귀하께서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를 요청했음에도 회사가 원치 않는 타지역 전보를 제안한 점, 이를 거절하자 무기한 출근 정지와 함께 귀하에게만 사내 앱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한 점은 법에서 금지하는 전형적인 보복성 조치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합니다”라고 단언했다.
신고자의 보호 요청을 묵살하고 원치 않는 인사 조치를 강요하다가 거절당하자, 곧바로 계약을 종료한 과정 자체가 위법이라는 분석이다.
임호균 변호사 역시 “단순 계약기간 만료라고 하더라도 기존 연장 관행, 동료들의 연장계약 여부, 회사가 내세운 계약종료 사유가 신고 전부터 존재했는지가 핵심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계약 만료를 주장하더라도, 다른 동료들과의 차별적 대우가 있었다면 보복성 조치로 판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승윤 변호사는 “이 시간적 연결성 자체가 보복성 조치를 입증하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섣부른 합의는 금물…증거 기반 체계적 대응이 우선
현재 노동부 조사를 앞둔 A씨가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증거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대응이다.
이환진 변호사는 “변호사가 개입하면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녹음·문자·출역일보·계약통보 자료를 토대로 진술서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라며 “조사 과정에서 회사 주장에 즉시 반박하고, 가해자와 분리되지 않은 점, 신고 직후 불이익이 집중된 점을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역할이 큽니다”라고 조언했다.
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송아람 변호사는 “회사와의 합의가 가능한 부분은 1)가해자에 대한 조치, 2)강제 퇴근에 대한 배상, 3)개인사유 조퇴로 허위 기재된 것에 대한 불이익(이 있다면) 배상, 4)무기한 출근정지에 대한 배상, 5)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용자책임에 따른 배상, 6)계약 연장 등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다만, 회사와의 합의 여부는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서로가 인식하는 유불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재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조언이 어렵습니다”라고 설명하며 섣부른 합의보다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가해자의 공개 모욕 행위는 형법상 모욕죄로 별도 고소가 가능하며, 부당한 조치로 받지 못한 임금과 수당 역시 노동부 조사를 통해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