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뮤니티' 속 가상 재판…불법 공장 묵인한 기자, 실제 법정에 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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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뮤니티' 속 가상 재판…불법 공장 묵인한 기자, 실제 법정에 선다면?

2025. 10. 20 13:49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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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나가면 우린 굶어 죽어" 노동자 눈물에 펜 꺾어

예능 속 딜레마, 현행법 잣대로 따져보니

작년 3월 종영한 예능, '더 커뮤니티'에서는 불법 봉제공장을 취재한 기자가 “기사가 나가면 밥줄을 잃는다”는 노동자의 호소에 보도를 포기하는 가상 사건을 다뤘다. /wavve 웨이브 유튜브 캡처

2024년 3월 1일 종영한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가 던진 한 가상의 사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시 떠올랐다.


방송은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봉제공장의 실태를 취재한 기자가 '기사가 나가면 우린 밥줄을 잃는다'는 노동자들의 호소에 기사화를 포기했다"는 딜레마를 제시했다.


프로그램은 이를 정의와 생존 사이의 선택 문제로 설정하고, 참가자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설득 논리를 겨루는 국민참여재판 게임으로 풀었다.


만약 이 사건이 예능 속 가상 국민참여재판이 아닌 실제 대한민국 법정에서 다뤄진다면 어떨까? 정의를 위해 펜을 들었다가, 약자의 생존을 위해 펜을 꺾은 기자 A의 선택은 과연 유죄일까, 무죄일까.


정의를 외면한 기자, 범죄를 도운 것일까

기자 A의 행동을 두고 가장 먼저 제기될 수 있는 혐의는 범인은닉죄(형법 제151조)다. 범죄자를 숨겨주거나 도피를 도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봉제공장 사업주는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범인에 해당한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를 것이다. 범인은닉죄가 성립하려면 범인을 숨겨주거나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는 등 수사기관의 체포를 방해하는 적극적인 행위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범죄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거나 보도하지 않은 '소극적인 부작위'만으로는 이 죄를 적용할 수 없다. 기자 A는 공장을 숨겨주지 않았고, 단지 펜을 꺾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기자에게 범죄를 신고할 의무는 없을까? 형사소송법은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하며 범죄를 인지했을 때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기자는 공무원이 아니므로 이 의무에서 자유롭다. 법적으로만 본다면, 기자가 범죄 현장을 목격하고도 지나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근거는 없는 셈이다.


'언론의 자유'라는 방패, 법적 책임 막아

이 사건의 핵심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언론의 자유'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언론은 공익을 대변하고 민주적 여론 형성에 이바지할 사회적 책임을 진다.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불법 공장의 실태는 당연히 공적인 관심사이며, 이를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공적 임무에 부합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과 법률은 '언론의 자유'를 강력하게 보장한다. 이 자유에는 취재한 내용을 보도할 자유뿐만 아니라, 보도하지 않을 자유(편집의 자유)도 포함된다. 어떤 기사를 싣고 어떤 기사를 뺄지 결정하는 것은 언론사의 고유한 권한이라는 의미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한 법 조항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선언적 의미일 뿐, 이를 어겼다고 해서 형사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결국 기자 A의 선택은 언론 윤리의 문제로 비판받을 수는 있어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는 없다.


기자 A는 '무죄'

이상의 법적 근거를 종합해 가상의 판결을 내린다면 그 주문은 다음과 같다.


기자 A의 행위는 범인은닉죄 등 어떤 형사 범죄의 구성요건도 충족하지 않는다. 기자 A의 침묵은 언론인으로서 비판받을 여지가 있을지언정,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으로 보호받는 선택이었다.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했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은 것은 '취재원 보호'라는 또 다른 언론 윤리를 따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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