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1시간씩 먹고 온다" 블라인드 저격글, 알고 보니 '거짓'…작성자 처벌될까?
"점심 1시간씩 먹고 온다" 블라인드 저격글, 알고 보니 '거짓'…작성자 처벌될까?
직급·자리 위치로 신상 특정, "실력 비해 직급 높다" 인격 모독까지…변호사들 "명예훼손·모욕죄 성립 가능"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허위 저격 글은 주변인이 피해자를 알 수 있다면 '특정성'이 성립돼 명예훼손죄로 처벌 가능하다. / AI 생성 이미지
직장인 A씨는 최근 몇 달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자신을 겨냥한 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올라온 첫 글에 이어 지난 8월, 또다시 A씨를 겨냥한 글이 게시됐다. 이번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반복되는 저격성 글에 A씨의 정신적 고통은 커져만 갔다. 익명성에 숨은 작성자를 찾아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실력에 비해 그 직급"…두 번에 걸친 익명 저격, 허위사실까지
A씨를 괴롭힌 글은 지난 4월 말 처음 올라왔다. 글에는 A씨의 장기근속 여부, 자리 위치 등 회사 동료라면 유추할 수 있는 정보와 함께 일부 사실관계가 포함돼 있었다. A씨는 스스로의 행동을 개선하며 조심스럽게 생활했다.
하지만 4개월 뒤인 지난 8월 초, 두 번째 저격 글이 올라왔다. A씨가 점심시간을 자주 초과하고 1시간 이상 자리를 비운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첫 글 이후 A씨는 점심시간을 철저히 지켰고, 부득이하게 늦어도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업무 외 사유로 30분 이상 자리를 비운 적도 없었다.
해당 글에는 "실력에 비해 그 직급"이라는 표현으로 A씨의 업무 역량을 근거 없이 폄하하는 내용도 담겼다. 심지어 첫 글의 댓글에서는 '이름이 외자냐'는 질문에 작성자가 직접 답하며 사실상 A씨를 지목했다.
이름 없어도 '누군지 알 수 있다면' 명예훼손…관건은 '특정성'
변호사들은 익명 커뮤니티라도 글 내용과 주변 정황을 종합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봤다.
법무법인 해든 김성돈 변호사는 "주위 사람들이 전후 정황상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 명예훼손의 특정성이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급, 자리, 외자 이름 답변 등을 통해 사내에서 질문자님을 특정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명예훼손 및 모욕 성립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변호사 역시 "실명을 직접 적시하지 않았더라도, 장기근속 여부·자리 위치·직급 등 정황상 회사 내부인이라면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도라면 명예훼손죄·모욕죄의 '특정성' 요건은 충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짓말은 '허위사실 명예훼손', 인신공격은 '모욕죄'
변호사들은 게시글의 내용에 따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모욕죄가 각각 성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점심시간을 자주 초과하거나 장시간 자리를 비운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하셨으므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실력에 비해 그 직급'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능력 폄하나 댓글의 비하성 표현은 구체적 사실이 아닌 경멸적 가치 판단에 해당하는 한 모욕죄로 구성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허위사실을 퍼뜨려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모욕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작성자 어떻게 찾나…'직장 내 괴롭힘' 신고도 병행 가능
문제는 익명의 작성자를 특정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형사고소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익명 게시판이라 할지라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작성자의 가입 정보 및 접속 IP를 추적하여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도 "작성자 특정을 위해서는 게시판 운영사에 대한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나 수사기관을 통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사고소와 별개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병행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박성현 변호사는 "동일한 사내 근로자를 겨냥해 반복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모욕하는 행위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해당하므로 사내 신고 및 노동청 구제 절차와 형사 고소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법률사무소 명중 윤형진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려면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야 하는데, 블라인드 글 게시만으로는 위와 같은 요건이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