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계셨나요? 세입자가 사망해도 그 계약은 상속인이 이어받아야 하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세입자가 사망해도 그 계약은 상속인이 이어받아야 하는 것을
계약 당사자가 사망했으니 계약도 저절로 해지되는 걸까?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세입자의 사망은 계약해지 원인 안 돼
오히려 상속인들이 그 계약 승계해야 한다

전세를 준 집에 홀로 살던 세입자가 사망했다. 계약은 아직 남아있는데 세입자 유가족은 "보증금을 당장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대출이라도 받아서 당장 보증금을 돌려달라."
집주인 A씨는 얼마 전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전세를 준 집에 홀로 살던 B씨가 올 2월 사망했고, 유가족이라는 사람들이 나타나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것을 주장한 것. 전세 계약이 끝날 때까지는 석 달이 더 남았다.
A씨에게 당장 보증금을 돌려줄 여유는 없었다. 이에 B씨 유가족에게 "보증금은 계약이 끝난 후에 주겠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당장 달라고 하고 있다.
보증금을 떼먹을 생각은 전혀 없다.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그것도 세입자가 사망해 보증금을 빼줘야 하는 상황을 처음 겪는 A씨.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유가족 말대로 대출이라도 받아 보증금을 '당장' 돌려줘야 하는 걸까.
변호사들은 A씨가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보증금을 당장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민법은 임차인의 사망을 계약 해지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리 민법은 "임대차 기간의 정함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간의 만료로 종료된다"고 정하고 있고, 중도 해지할 수 있는 경우를 따로 규정해놨다.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 △임대인(집주인)의 지위가 양도된 경우 △중도 해지에 관한 특약(약정해지권)을 설정한 경우 △임대인이 일방적인 수리 및 공사를 할 경우 집이 심하게 훼손됐을 경우 등이다.
이에 따르면, '집을 빌린 사람(임차인)의 죽음'은 계약 해지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보증금 반환 요구를 들어줄 의무도 없다.
오히려 법정 의무는 유가족들에게 있다. 우리 법은 사망한 사람의 상속인이 임대차 계약을 승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집을 빌린 사람이 사망했을 때 상속인이 해당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지 않았다면, 함께 살면서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2촌 이내의 친족이 공동으로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정해놨다(제9조 제2항).
B씨는 혼자 살다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에 2촌 이내의 친족인 유가족이 전세 계약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이어가야 한다.
동법 제3항에선 임차인 사망 후 1개월 이내에 임대인에게 승계하지 않겠다는 표시를 하면 승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B씨 유가족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까지 포기해야 한다. 즉,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무조건 B씨의 전세 계약을 승계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유가족이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선 ①사망한 B씨의 임대차 계약을 이어받아야 하고 ②이에 따라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는 "(B씨 유가족에게) 임대차계약서상 기간까지 계약이 유지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임대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보증금을 돌려줄 것을 권하는 변호사도 있었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유가족의 요구에 따를 의무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유가족이 짐을 모두 정리하고, 집을 넘긴다면 적정한 기간 내에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혹시 모를 유가족과의 분쟁 가능성을 없애고, 차라리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 전세 계약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