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파일 '싹' 지우고 퇴사? 비워진 폴더처럼, 당신의 통장도 비워질 수 있습니다
업무 파일 '싹' 지우고 퇴사? 비워진 폴더처럼, 당신의 통장도 비워질 수 있습니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이야기 "퇴사자가 업무 파일을 전부 지우고 나갔습니다"
후일담은 거의 전해지지 않는데⋯퇴사자는 어떻게 됐을까?
로톡뉴스가 뒷이야기를 판결문에서 찾아봤다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온라인 '썰'이 하나 있다. 퇴사자가 업무상 사용했던 데이터와 작업 파일 등을 '싹' 지우고 나갔고, 여기에 회사 측이 분노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 그 이후의 이야기는 없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잊힐 만하면 등장하는 온라인 '썰(한자 說에서 유래한 말로 이야기를 뜻하는 신조어)'이 하나 있다. 등장인물만 바뀔 뿐 레퍼토리는 매번 비슷하다. 퇴사자가 업무상 사용했던 데이터와 작업 파일 등을 '싹' 지우고 나갔고, 여기에 회사 측이 분노했다는 이야기다.
이 소식을 접한 이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고의로 회사 업무에 막대한 차질을 줬다는 점에서 '소송감'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설마' 진짜 처벌되겠느냐며 오히려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자기가 만든 문서를 본인이 지운 건데 처벌까진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로톡뉴스가 뒷이야기들을 취재해 본 결과 한 줄로 정리가 됐다.
"퇴사하면서 골탕 먹였다는 통쾌한 마음은 잠깐, 고소장 받고 오랫동안 마음고생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작성한 파일이라고 하더라도 업무로 작성한 파일의 소유권은 회사에 있다. 따라서 퇴사자가 회사의 파일을 무단으로 삭제하는 행위는 범죄다. ①형법상 전자기록손괴죄(제366조)에 해당한다. 타인(회사)의 파일 등 활용 가치 있는 전자기록을 손괴(損壞⋅망가뜨림)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②형법상 업무방해죄(제314조)도 가능하다. 파일을 삭제한 결과 회사의 사업 등 업무에 차질을 줄 정도로 방해한 경우다. 단순히 후임자가 퇴사자의 업무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도라면 이 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회사 운영에 필수적인 회계 자료, 장부 등 중요 기록을 삭제했다면 이 죄가 성립한다.
전자기록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게 처벌된다.
책임은 형사 처벌로 그치지 않는다. 회사가 본 손해까지 퇴사자가 배상해줘야 할 수 있다. 고의로 인한 위법 행위(파일 삭제)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제750조)이다.
우선, 삭제된 자료의 '재산적 가치'가 물어줘야 할 손해액에 해당한다. 회사가 이를 입증한다면 퇴사자는 이 금액을 물어줘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물어줘야 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회사가 파일을 복구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했거나 추가 피해를 본 경우다.
기술적인 파일 복구 비용이나 자료를 복구하기 위해 다른 직원을 고용한 경우 그 인건비, 파일 삭제로 인해 회사가 앞두고 있던 중요한 계약이 파기됐다면 이것까지 모두 포함될 수 있다.
실제 파일을 삭제한 퇴사자가 형사 처벌되고, 손해배상까지 해야 했던 판례가 여럿 있다.
지난 2007년 대법원(주심 김황식 대법관)은 비슷한 사건에서 전자기록손괴죄로 벌금 50만원형을 확정했다.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가 업무 관련 파일(경영성과 분석표⋅만남 확정표 등)을 삭제하고 퇴사한 사건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업무 관련 파일을 피고인(퇴사자)이 작성했다 하더라도, 회사가 기록으로서 효용을 지배⋅관리하는 이상 임의로 삭제한 것은 유죄로 판단하는 게 옳다"고 판시했다.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업무방해죄가 인정된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18년 대전지법 천안지원(형사1단독 한대균 부장판사)은 역시 비슷한 사건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 프로그램 제작⋅공급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피고인은 퇴직 당시 8개 거래처에 공급한 프로그램의 원본⋅최종본을 삭제했다.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안티포렌식 기법까지 동원한 사건이었다.
이 개발자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회사에 합의금으로 2400만원까지 물어줘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