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만 내면 끝? 검사가 'NO'하면 징역형의 문이 열린다
벌금만 내면 끝? 검사가 'NO'하면 징역형의 문이 열린다
피고인이 아닌 검사가 약식명령에 불복할 경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의 함정. 법률 전문가도 헷갈리는 법의 이면을 파헤친다.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더라도 검사가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징역형 등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벌금 200만 원만 내면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이 검사의 불복 한 번에 징역형의 공포로 돌변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성적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한 혐의(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법원에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A씨. 그는 초범이었기에 벌금만 내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검사가 '형이 너무 가볍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그의 안일한 기대는 순식간에 깨졌다.
"벌금형이 징역형으로?" 변호사도 몰랐던 법의 이면
순식간에 피고인 신분이 된 A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라인 법률 상담 게시판의 문을 두드렸다. 돌아온 답변 대부분은 희망적이었다. 다수의 변호사는 "벌금 액수가 오를 순 있어도, 벌금형이 징역형으로 바뀌는 '형종 상향'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형사소송법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라는 든든한 방패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A씨는 잠시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한 변호사의 짧은 답변이 그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꿔놓았다. "검사가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에는 징역형 선고도 가능합니다." 그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대법원 판례(2020도13700)였다. A씨의 사건처럼 검사가 불복한 경우, 법의 저울은 원점에서 다시 움직인다는 서늘한 경고였다.
'피고인'이 아닐 때…'불이익변경금지'의 배신
이 모든 혼란의 중심에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있다. 이 조항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명시한다. 피고인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재판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법은 이 안전장치가 작동하는 조건을 명확히 했다. 바로 조항의 주어인 '피고인'이 직접 정식재판을 청구했을 때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검사가 '형이 너무 가볍다'며 불복한 경우에는 이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법원은 아무런 제약 없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심리해 벌금형을 징역형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피고인이 문을 두드렸을 때만 빗장이 걸리는 '반쪽짜리' 안전장치인 셈이다.
징역형 피하려면? '태도'가 형량을 가른다
물론 검사가 불복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기계적으로 형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A씨처럼 초범이고 피해가 비교적 경미하며,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실제 징역형까지 선고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결국 A씨에게 남은 길은 법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며 합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법정에서의 '태도'가 그의 운명을 가를 마지막 변수가 된 셈이다. 법의 냉정한 심판대 위에서 그의 진심이 통할지 주목된다.
### [기자의 시각] '반쪽짜리' 안전장치, 검사의 칼날 위에 선 시민들
A씨의 사례는 '약식명령'이라는 단어가 주는 가벼운 인상 뒤에 숨겨진 법의 무서운 이면을 드러낸다. 벌금형으로 사건이 종결됐다고 안심하는 순간, 검사의 불복이라는 변수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형사소송의 대원칙과 검사의 막강한 공소권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누구의 불복이냐에 따라 피고인의 운명이 갈리는 현재의 제도가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 대상을 검사가 불복한 경우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법적 논의가 시급해 보이는 이유다. 법의 문턱에 선 시민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그러나 누구도 쉽게 알려주지 않았던 서늘한 법의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