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블랙박스 속 비밀 통화, 섣불리 틀었다간 ‘형사처벌’
남편의 블랙박스 속 비밀 통화, 섣불리 틀었다간 ‘형사처벌’
“3개월 참아라” 변호사들 만류…상속재산 8천만원 지킬 묘수는?

남편의 외도 정황을 포착한 A씨에게 변호사들은 상간자 소송 승소를 위해 3개월 간 추가 증거를 수집하라고 조언했다. / AI 생성 이미지
결혼 7년 차, 두 아이의 엄마인 A 씨. 잦은 외박을 일삼던 남편의 차량 블랙박스에서 직장 동료와 외박 사실을 암시하는 통화 내용을 듣게 됐다.
배신감에 당장이라도 달려가 따지고 싶지만,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3개월은 꾹 참으라”고 조언한다.
상간자 소송과 친정 아버지가 남긴 상속재산 8천만 원을 지키기 위한 싸움, 그 치밀한 법적 전략을 들여다본다.
카시트 옆자리, 그녀와의 통화…7년 결혼 생활의 파국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채무와 게임 과금 문제로 속앓이를 해온 A씨. 올해 초 남편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실마저 숨긴 것을 블랙박스를 통해 알게 되면서 부부 사이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대화가 끊기고 남남처럼 지내던 어느 날, 평소 꺼져 있던 블랙박스에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남편이 한 여성과 나눈 통화에는 전날 외박하며 함께 술을 마신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같은 회사 동료로 추정되는 여성이었다. 아이들의 카시트가 2개나 놓인 차 안에서 발견한 배신의 흔적에 A씨는 결국 변호사들을 찾았다.
“출퇴근 동승만으론 부족”…상간 소송의 높은 벽
A씨가 확보한 블랙박스 통화 녹음과 출퇴근 동승 영상만으로 상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현재 증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공통된 의견을 냈다.
법률사무소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단순한 친분이나 출퇴근 동승만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배우자와 부정행위 관계였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합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원은 성관계에 이르지 않더라도 연인처럼 지내는 행위 역시 부정행위로 보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숙박업소 출입 기록이나 애정이 담긴 메시지 등 ‘친밀한 관계’를 넘어선 ‘연인 관계’를 입증할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따지면 필패”…변호사들이 ‘3개월 잠복’을 외친 이유
끓어오르는 마음에 당장 남편과 상간녀를 찾아가 따지고 싶다는 A씨. 하지만 변호사들은 ‘전략적 인내’를 강력히 주문했다.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는 “지금 당장 따지러 가시면 상대방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3개월 증거 수집 방향이 전략적으로 맞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남은 증거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증거 수집 과정의 ‘위법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법인 호안 조선규 변호사는 “블랙박스 음성에 남편과 상대 여성의 대화가 포함되어 있고 질문자님이 대화 당사자가 아니라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리스크가 생길 수 있어, 추가 수집 방식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라고 경고했다.
섣부른 녹음이 오히려 형사처벌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파트 계약금 될 ‘父 유산’… 이혼 시 남편에게 빼앗길까?
A씨의 또 다른 고민은 친정 아버지가 남긴 상속재산이다. 그간 이 돈으로 생활비를 보탰고, 남은 8천만 원은 곧 입주할 아파트 계약금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이 돈마저 남편에게 분할해 줘야 할까?
법무법인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친정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특유재산에 해당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특유재산이라 분할대상에서 제외되나, 생활비·아파트 계약금 등으로 혼인공동생활에 투입된 부분은 기여·유지 정도에 따라 분할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있어, 자금 흐름 입증 자료의 보존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상속재산이라도 부부 공동재산에 섞이는 순간, 남편이 자신의 ‘기여도’를 주장하며 분할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A씨가 상속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금의 출처와 흐름을 명확히 입증할 자료를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