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가 도로 한복판에 세워둔 차, 위험할까 봐 1m 옮겼는데 음주운전?
대리기사가 도로 한복판에 세워둔 차, 위험할까 봐 1m 옮겼는데 음주운전?
2차선 도로 한복판에 세워두고 가버린 대리기사
음주운전으로 신고당해 '면허취소'에, 벌금 400만원까지 낼 위기
위험성 때문에 길가로 옮겨 주차했는데, 이런 경우도 음주운전?

대리기사가 도로 한복판에 세워두고 가버린 차량을 1m 옮겨 주차했다가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 그에 대한 무죄 판결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게티이미지코리아
사례. 아니, 어쩔 수 없었다니까요?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집에 돌아가던 A씨. 그런데 차 안에서 기사와 시비가 붙었다. 그러자 대리운전 기사가 2차선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두고는 가버렸다. 이대로 두면 교통사고가 날 것이 분명했다. A씨는 술을 마시긴 했지만, 운전대를 잡았다. 1m 옮겨 차가 없는 길가에 주차했다. 그런데 이를 본 대리기사가 A씨를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다. A씨는 이 일로 면허가 취소됐고, 벌금 400만원까지 내야 할 처지에 몰렸다.
A씨는 사고 예방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았을 뿐인데 처분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변호사에게 문의했다.
변호사들은 이 사안의 경우 '긴급 피난'을 주장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사건 당시의 차량 이동 필요성을 입증하는 게 핵심 쟁점이라고 했다.
좋은날 법률사무소 김영삼 변호사는 "대리기사가 고의로 2차선 도로 한가운데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가버린 상황에서 교통사고를 예방할 목적으로 자동차를 운전한 것이라면 긴급 피난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결과적으로는 긴급 피난 주장을 해야 한다"며 "차량을 이동시켜야 할 필요성 즉, 차량을 그대로 두었을 경우 양방향 통행 불능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산 법률사무소 명현호 변호사는 "대리기사가 도로 중간에 차를 세우고 떠났고, 그로 인해 차량 통행이 원활치 않아 불가피하게 1m 정도 운전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수집이 먼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다면 해당 동영상 파일을 확보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해 위법성이 없었다는 사실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법가 노준선 변호사는 "차량이 멈춰선 위치, A씨의 조치가 최소한에 그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음주운전은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설령 벌금형을 피하기 어렵더라도, 면허 취소는 사건 경위에 비춰 볼때 구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의담 박상우 변호사도 "이 사안은 긴급 피난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니, 이를 근거로 무죄 변론을 펼치라"며 "A씨의 경우 초범이고 운송직에 종사하고 있어 양형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JY 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향후 법원에서 약식명령을 보내면 일주일 내에 정식재판청구를 하여 무죄를 다투라"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행정심판의 경우 초범이라는 점, 당시 상황의 긴급성과 이동 거리의 경미함 등 여러 가지 정황을 주장하고 설득하면 행정구제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 사건”이라고 했다.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 이제한 변호사도 “음주운전을 한 것은 사실이나 참작할 사유가 있다면 선고유예도 가능할 것이고 면허취소 처분의 취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형법 22조 1항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긴급 피난)에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창원지법은 지난 16일 대리운전 기사가 주차장 출구에 세워둔 자신의 차를 치우기 위해 도로 가장자리까지 2m를 음주 운전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K(64)씨에 대해 '긴급 피난'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주차장 출구는 차량 1대만 빠져나갈 너비여서 출구를 막은 K씨의 차량 때문에 다른 차량 이동이 어려웠던 상황을 인정한 것이다.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 최진혁 변호사는 "위처럼 비슷한 사안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된 적이 있어 A씨의 음주운전도 긴급 피난으로 위법성이 조각돼 무죄 판결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재판 기간은 3~4달 정도 소요되겠지만 첫 번째 공판 기일에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