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은 빠르게, 입법은 나중에⋯현실은 안중에 없는 경비원 '경비 외 업무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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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은 빠르게, 입법은 나중에⋯현실은 안중에 없는 경비원 '경비 외 업무 금지'

2020. 04. 10 17:42 작성2020. 04. 10 17:43 수정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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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관리시켜서 '경비업 허가 취소'된 회사의 행정 소송⋯법원 "허가 취소 적법"

경찰청은 "올해 6월부터 단속하겠다"⋯거센 반발에 내년으로 단속 미뤄져

주택 관리 혼란 불가피한데⋯손 놓고 있던 국토교통부는 이제서야 "대책 찾아보겠다"

경찰청이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경비원에게 청소나 조경 등의 일을 시키는 아파트 관리업체에 대한 단속을 전국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혼란을 줄일 제도적 장치는 전무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시설경비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A회사. 2017년 4월 경기도 이천시의 한 아파트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는 경비 업무뿐 아니라 택배 관리, 제초 작업, 제설 작업, 재활용정리까지 A회사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실제 이 회사 소속 경비원 4명은 계약서에 적힌 대로 업무를 했다. 1년 가까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2018년 7월 경찰이 A회사가 경비업법을 위반했다며 회사의 '경비업 허가'를 취소했다. 경찰은 경비업무를 하라고 A회사에게 허가를 내줬는데, A회사는 소속 직원들에게 택배 관리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킨 게 법률 위반이라는 취지에서였다.


"경비원, 택배 관리가 법 위반? 현실을 모르는 허가 취소" 반발

A회사는 즉각 반발했다. 경찰의 허가 취소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8년 1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A회사는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 이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경비업 허가 취소처분을 철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회사는 재판에서 "경찰청이 문제 삼은 이 아파트의 택배 관리, 청소 등의 업무는 경비업법상 경비 업무의 부수적인 사무에 포함된다"며 "따라서 A사가 아파트경비원에게 경비 업무 외의 일을 하도록 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아파트 경비들의 실태를 언급했다. "설령 택배 관리 등의 일이 경비 업무에서 벗어난 것이라 하더라도, 거의 모든 아파트의 경비원들이 현재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경비업의 실태다. 이 업무를 금지할 경우 오히려 경비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고, 입주민들의 관리비도 증가할 수 있다."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달라는 주장이었다.


재판부 "경비업법 위반이 확실하므로 허가 취소 정당"

그러나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법 행정3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2월 6일 열린 재판에서 "A사에 대한 경비업 허가 취소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내 택배 관리나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일은 경비업법이 말하는 '위험방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그러므로 A사 소속 경비원들이 경비 외의 업무를 수행한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경비업법 2조 1항 가목은 '시설경비업무'를 '경비를 필요로 하는 시설 및 장소에서의 도난⋅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 발생을 방지하는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사는 이러한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경찰청, 본격적 단속 예고⋯국토부는 현실적인 방안 찾아보겠다 했지만 '글쎄'

그동안 아파트 단지 내 청소나 쓰레기 분리수거, 제설작업 등은 당연히 아파트 경비원의 일로 여겨왔다.


최근 이를 처벌하는 판례가 잇따르면서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청소 업무를 맡았다가 경비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면, 경비원을 아파트에 파견하는 업체가 법을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이 판결이 나온 날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달 11일 "올 연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경비원에게 청소나 조경 등의 일을 시키는 아파트 관리업체에 대한 단속을 전국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경찰 말대로 실제 전국적인 단속이 이뤄지면 대혼란이 예상된다. 사실상 전국의 거의 모든 아파트가 위법을 저지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완화해줄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


아직까지는 경찰청이 "국토교통부와 함께 아파트 경비 업무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이 시행되면 발생할 현장 혼란을 줄이고, 아파트 경비원의 법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국토부 역시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고 경찰과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며 "계도 기간 중 주택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냈다. 지금 준비된 제도적 대비책은 없고, 앞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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