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구매하면 대출 승인’…믿었던 순간, 보이스피싱에 연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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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구매하면 대출 승인’…믿었던 순간, 보이스피싱에 연루됐다

2025. 07. 20 13:4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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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상담이 ‘사기방조’로

계좌 연루 시 ‘고의성’ 입증이 관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카드빚을 해결하려 대출을 알아봤을 뿐인데, 경찰서에서 연락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카드빚에 시달리던 A씨는 인스타그램에서 ‘하나은행’ 로고를 프로필 사진으로 내건 대출 광고를 발견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낸 A씨. 상담원은 A씨의 재직 기간 등 개인정보를 묻더니 “신용점수가 낮아 바로 대출이 어렵다”며 솔깃한 제안을 건넸다. 코인을 구매해 거래 이력을 만들면 신용점수를 올려 대출을 승인해주겠다는 것이었다.


A씨는 대출금을 입금받을 계좌번호와 함께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이후 이어진 카카오톡 지시에 따라 코인 구매 절차를 밟았다. 상담원은 “500만 원어치 코인을 사야 한다”고 했고, 돈이 없다는 A씨의 말에 “방금 그쪽 계좌로 보냈으니 그 돈으로 사면 된다”고 답했다.


A씨는 대출 업체가 코인 구매 자금을 빌려주는 것으로만 믿고 의심 없이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500만 원으로 코인을 구매해 넘겼다. 하지만 그 직후 계좌는 지급정지됐고, 상담원은 자취를 감췄다. 2주 뒤, A씨는 경찰로부터 조사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피해자인데, 왜 ‘공범’으로 조사받나?

A씨처럼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계좌가 이용된 경우, 수사기관은 통상 계좌 명의자를 사기방조죄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한다. 범죄 수익금이 오간 통로, 즉 ‘대포통장’을 제공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이 경우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한 핵심은 ‘고의성’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수사기관은 계좌 제공의 고의성과 인식 여부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한다”며 “자칫하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가담자’로 판단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성 변호사(법무법인 공명) 역시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 ‘범죄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수사기관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남기용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섬)는 “경찰이 ‘대출을 받기 위해 코인을 사야 한다는 말을 의심하지 않았느냐’는 식의 날카로운 질문을 할 수 있다”며 철저한 방어 논리 준비를 당부했다.


무혐의 받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결국 ‘나는 범죄에 가담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정상적인 대출 절차인 줄로만 알았다’는 점을 객관적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A씨가 확보한 인스타그램 DM과 카카오톡 대화 캡처 자료가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이하얀 변호사(법률사무소 승신)는 “계좌를 넘긴 의도가 범죄 목적이 아닌 정상적인 대출 절차라고 입증하고, 조사 과정에서 본인의 피해자적 사정을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상우 변호사(법무법인 의담)는 여기에 더해 “실제 본인이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고, 범죄에 이용될 것이라고는 인식할 수 없었던 이유를 입증할 자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호사 선임, 꼭 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변호사 조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경찰 첫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문종원 변호사(법무법인 신진)는 “무혐의나 기소유예를 원한다면 처음 조사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자칫 혐의가 인정될 경우 그 대가는 혹독하다. 김준성 변호사는 “사기방조죄 등으로 처벌받게 되면 집행유예 없는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많고, 형사처벌과 별개로 피해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순간의 절박함이 범죄 연루라는 족쇄로 이어질 수 있는 현실 속에서, 법적 무지가 억울한 처벌로 귀결되지 않도록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 지혜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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