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버리고 경찰 보자마자 '줄행랑'…제 발 저린 177억 사기범, 딱 걸렸다
담배꽁초 버리고 경찰 보자마자 '줄행랑'…제 발 저린 177억 사기범, 딱 걸렸다
신림역 순찰 경찰, 무단투기범 수상한 행동에 신원조회
폭행·사기 등 10개 혐의 수배자였다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 현장에서 177억 사기범이 붙잡혔다. /셔터스톡
지난 2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60대 남성 A씨가 피우던 담배를 무심코 길에 버린 순간, 5년간의 도피 생활이 끝났다. 순찰 중이던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 소속 경찰관들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A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다.
단순한 경범죄 위반으로 보기엔 A씨의 행동은 너무나도 절박했다. 경찰이 A씨의 앞을 가로막자 A씨는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하며 황급히 택시에 올라타려 했다.
담배꽁초 무단투기에 대한 과태료를 피하려는 시민의 반응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무언가에 쫓기는 자의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한마디 "돈을 주겠다"
경찰의 의심은 A씨의 다음 행동으로 확신이 됐다. 신분증 제시 요구에 A씨는 끝까지 불응하며 "봐달라, 돈을 주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는 현행범 체포가 가능한 뇌물공여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위험한 발언이었다. 심지어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척하며 도망칠 기회를 엿보는 어설픈 연기까지 펼쳤다.
사소한 무단투기 현장에서 벌어진 이 기묘한 실랑이는 경찰의 끈질긴 추궁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A씨의 어설픈 연기와 회유를 뿌리치고 신원 조회를 강행했다. 그리고 조회 결과가 화면에 뜨는 순간, 현장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10개 혐의, 177억 피해…드러난 '거물'의 정체
A씨는 단순 투기범이 아니었다. 폭행과 사기 등 총 10건의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명수배자였다. A씨의 이름 앞에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벌인 다중피해 가상화폐 사기 사건이라는 무거운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피해자만 1,300여 명, 확인된 피해액만 무려 177억에 달하는 거대 금융 범죄의 주범. A씨는 수사망이 좁혀오던 2020년부터 검거 직전까지 약 5년간 신분을 숨긴 채 도피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의 신병을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즉시 인계했다.
'신림동 참사'가 부른 나비효과?
이번 검거는 지난해 7월 발생한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해당 지역의 치안을 대폭 강화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경찰청은 강력범죄 예방을 위해 신림역 일대에 기동순찰대를 집중 배치해 가시적인 순찰 활동을 벌여왔다.
무고한 시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경제사범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뜻밖의 결실을 낳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