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안 왔으니 선산 내놔라" 이복동생의 도발⋯대법원 판례로 따져보니
"제사 안 왔으니 선산 내놔라" 이복동생의 도발⋯대법원 판례로 따져보니
장남 "내가 묘소 관리" vs 셋째 "내가 제사 모셔"
선산 두고 벌어진 상속 분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평생 선산을 돌본 장남에게 제사에 빠졌으니 땅을 내놓으라는 이복동생의 요구가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5남매의 장남인 A씨는 아버지 기일마다 홀로 시골에 내려가 묘소를 정성껏 관리해왔다. 문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벌어진 상속 재산 분할 자리에서 시작됐다.
아버지가 재혼해 낳은 이복동생인 셋째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새어머니와 함께 제사를 지내왔고, 장남은 참석하지 않았으니 내가 제사주재자"라며 선산을 단독으로 승계하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둘째 동생마저 "선산도 일반 상속재산이니 똑같이 나눠야 한다"고 가세하며 가족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일반 재산과 다른 '금양임야', 핵심은 제사주재자
이들의 다툼은 단순한 부동산 분쟁이 아니다. 핵심은 해당 선산이 '금양임야'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금양임야란 그 안에 묘지를 설치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벌목을 금지하며 나무를 기르는 임야를 뜻한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우진서 변호사는 1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일반 상속 재산과 금양임야의 법적 취급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 변호사는 "일반 상속재산은 공동상속인들에게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금양임야와 같은 제사용재산은 민법에 따라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단독으로 승계한다"고 분석했다.
즉, 선산이 금양임야로 인정된다면 부동산을 n분의 1로 똑같이 나누자는 둘째의 주장은 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대법원 판례의 진화... "남녀·적서 불문 최연장자 우선"
그렇다면 선산을 독차지하게 될 '제사주재자'는 누구일까. 가족 간 합의가 불발된 상황에서 대법원 판례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 변호사가 설명한 대법원의 제사주재자 판단 기준 변화는 다음과 같다.
- 초기 판례: 종손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손을 제사주재자로 인정
- 2008년 판례 변경: 상속인 간 협의를 우선하되, 결렬 시 장남(또는 장손자)이 승계
- 2023년 판례 변경: 상속인 간 협의를 우선하되, 결렬 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와 적서(본부인과 첩의 자식)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우선 승계
새로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번 사안에서 최근친의 연장자인 장남 A씨가 원칙적으로 제사주재자가 된다.
제사 불참이 권리 포기일까? 법조계 "아니다"
물론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권리를 잃을 수 있다. 셋째의 주장 역시 A씨가 새어머니 측 제사에 불참했으니 이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우 변호사는 선을 그었다.
우 변호사는 "A씨가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고, 별도로 아버지의 제사를 챙기며 기존 묘소를 계속 관리해왔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새어머니가 지내는 제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지위를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A씨가 주변 친척들의 진술이나 감정을 통해 해당 토지가 선산으로 인식되고 관리되어 왔음(금양임야)을 증명해 낸다면, 이복동생들의 억지 주장을 물리치고 장남으로서 선산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