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술판 공무원, 시장에 알리겠다" 문자… 법원 "협박 아닌 정당한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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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술판 공무원, 시장에 알리겠다" 문자… 법원 "협박 아닌 정당한 항의"

2025. 12. 15 16:22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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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판 벌인 것 시장에 알리겠다" 공무원 압박한 문자

법원, '협박죄' 뒤집은 결정적 이유

공무원의 비위를 시장에게 알리겠다는 문자는 구체적 해악의 고지가 아닌 항의의 표현이므로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신의 거주지 마을회관에서 소란을 피운 공무원에게 "시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가 협박죄에 해당할까.


1심은 이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공무원의 부적절한 처신을 따지며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예고는 단순한 공포심 유발 목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늦은 밤 마을회관의 '술판' 시비... 갈등의 시작

사건은 2022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저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광주시의 한 마을 노인회장인 A씨와 하남시청 공무원이자 같은 마을 주민인 B씨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B씨는 저녁 7시 20분경 술과 안주를 가지고 마을회관을 찾았다. B씨는 그곳에서 술을 마시며 술잔을 식탁에 강하게 내려놓는 등 '탁탁' 소리를 냈고, 이 과정에서 노인회장 A씨와 언쟁을 벌였다. A씨는 B씨의 행동이 노인회원들에게 위협적이라고 느꼈고, 공무원 신분인 B씨가 일몰 후 노인회관에 찾아와 술판을 벌인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사건 직후인 2023년 1월 2일, A씨는 B씨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자에는 "공무원인 귀하가 일몰 후 술과 안주를 들고 와서 술상을 대접받고, 술과 안주를 던지듯 폭력적인 소음을 내며 노인 회원들을 협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A씨는 "이 사실을 마을 밴드(온라인 모임)에 공표할 것이며, 하남시장에게 규탄서를 제출해 일몰 후 자행한 폭력에 대해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문자메시지가 공무원인 B씨의 신분에 해를 가할 것처럼 위협한 것이라며 A씨를 협박 혐의로 기소했다.


"공무원 신분 위협 느껴" vs "부적절한 처신 지적일 뿐"

재판의 쟁점은 A씨가 보낸 문자가 형법상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A씨가 고지한 해악의 내용, B씨가 공무원이라는 신분, 문자를 보낸 경위 등을 종합할 때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는 "공무원의 부적절한 행위를 지적하고자 한 것일 뿐, 해악을 고지하여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설령 협박의 외형을 띠더라도 이는 정당한 항의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법원의 반전 판결 "시장에게 알린다고 바로 징계되지 않는다"

수원지방법원 제8형사부(사건번호 2024노5948)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상황과 문자의 성격을 1심과는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우선 사건 당일의 사실관계를 주목했다. 증거 조사 결과, 실제로 B씨가 사건 당일 저녁 마을회관에 찾아와 술을 마셨고, 술잔을 내려놓으며 큰 소리를 내는 등 A씨와 말다툼을 벌인 사실이 인정됐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A씨의 문자메시지가 B씨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비난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정적 감정의 표시'일 여지가 크다고 봤다. 단순히 공포심을 주기 위한 목적보다는, 실제 있었던 소란 행위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하남시장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고 하여 사실관계 확인 없이 곧바로 징계 절차에 회부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시장에게 민원을 넣겠다는 예고만으로는 B씨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협박죄의 법적 기준, '공포심'과 '구체성'이 핵심

이번 판결은 협박죄 성립 요건인 '해악의 고지'를 엄격하게 해석한 사례로 남게 되었다. 재판부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당시 주변 상황, 관계 등을 종합했을 때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거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해악의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심이 든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했다거나, 피고인에게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공무원의 비위 사실을 기관장에게 알리겠다는 것은 정당한 민원 제기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범죄 행위인 협박으로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참고] 수원지방법원 2024노5948 판결문 (2025. 11. 20. 선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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