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의 주인공은 나야 나"⋯ 조국 vs. 윤석열의 핑퐁 게임
"검찰 개혁의 주인공은 나야 나"⋯ 조국 vs. 윤석열의 핑퐁 게임
조국 "검찰 카르텔 존재 안 돼" vs. 윤석열 "능동적 개혁할 것"
'특수부 폐지'부터 '심야조사 폐지'까지⋯ 검찰 선제 발표에 당황스러운 법무부
서로가 놓칠 수 없는 檢개혁⋯ 조국과 윤석열, 주도권 싸움 결말은?

조국 장관이 한마디 하면 윤석열 총장도 지지 않고 말을 붙이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이 검찰 개혁을 두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윤석열(59) 검찰총장이 7일 오전 대검 간부회의에서 "헌법정신에 입각해 국민의 시각으로 과감하고 능동적으로 검찰 개혁을 해나가자"고 밝혔다. 검찰 스스로의 주체성과 능동성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이는 조국 법무장관이 앞서 '검찰 개혁'을 언급한 지 30분만에 나왔다.
앞서 조 장관은 출근길에 "검찰이 조직 자체와 법조 카르텔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그러자 이에 질세라 윤 총장이 '한 마디' 더 붙이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런 식의 '주거니 받거니'는 처음이 아니다. 벌써 세 번째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개혁의 주도권을 놓고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벌이는 기싸움이 본격화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검찰청은 이날 윤 총장이 대검 간부들에게 "검찰 업무 전체를 점검하여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 관행, 내부문화 개선도 과감하게 하자"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윤 총장 지시 직후 "사건 관계인의 저녁 9시 이후 심야조사를 폐지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윤 총장은 지난 1일 '특수부 축소'와 '외부 기관 파견 검사 전원 복귀'를 지시한데 이어 지난 4일에는 '공개 소환제 폐지'를 명령했다. 그리고 이날 세 번째로 '심야조사 폐지'를 발표한 것이다. 하나하나 검찰 수사 관행을 크게 바꿀 개혁안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세 번 모두 조 장관 등 정부 발표가 이뤄진 이후에 윤 총장의 액션이 있었다.
세 번의 발표에는 내용상 공통점도 있었다. 정부가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 규정하면, 검찰이 나서서 ‘우리는 개혁의 주체’라고 목소리를 낸 점이다. 이날도 8시 57분쯤 조 장관이 "검찰은 개혁 대상"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가자 윤 총장이 "능동적으로 검찰 개혁을 해나가자"고 맞받았다.
윤 총장은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전국 모든 검찰청 특수부를 폐지하도록 지시했다. 법무부와 상의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기습 발표였다. 법무부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기자단에 "그건 법무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단체 메시지를 뿌렸다.
검찰이 이렇게 나서고 있는 건 “개혁을 당하는 모양새를 피하자”는 내부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 인트라넷인 '이프로스'에는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개혁의 주체’로 치고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올라왔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검찰총장의 행동은 이런 여론을 감안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윤 총장은 지난 4일에도 ‘검찰총장 「공개소환 전면 폐지」 지시’ 보도자료를 출입기자단에 배포했다.
보도자료에서 "향후 구체적인 수사공보 개선방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이라도 수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준수하라"고 지시했다. 당장 오늘부터 '공개소환 하지 말라'는 명령이었다.
'공개소환 전면 폐지' 발표는 법무부가 발표하려고 공 들였던 주제다. 그런 주제를 검찰이 가로챘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검찰의 수사 공보’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 구체적인 안을 만들던 중이었다. "앞으로 기소 전까지 검찰의 혐의 사실 공개는 금지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당연히 공개소환도 금지였다.
하지만 최종발표를 앞두고 검찰이 선수를 쳤다. 이에 법무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론 당혹스런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개혁 경쟁 타임라인. /그래픽=조하나 기자
법조계는 조 장관과 윤 총장이 비슷한 시각에 '검찰개혁'을 말한 데 대해 "검찰개혁을 둘러싼 '샅바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외관상 장관과 총장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개혁의 칼자루'를 쥐기 위한 치열한 언론플레이라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 장관은 가족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검찰이 '조 장관이 없이도 검찰 개혁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조 장관 명분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장관의 법무부는 윤 총장의 대검이 '특수부 축소'와 '파견검사 전원 복귀안'을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무부 간부회의에서 "검찰의 특수부 폐지안은 대통령령 개정이 필요하고 파견검사 복귀안은 법무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결정권은 내가 갖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였다.
법무부 과장 출신의 한 부장검사는 "조 장관은 '법무부는 검찰 개혁의 주체, 대검은 검찰 개혁의 객체'임을 분명히 하고자 하지만 대검은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며 "검찰 개혁을 두고 두 기관은 갈등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법무부는 7일 "비위를 저지른 검사에 대한 실질적 감찰 권한을 법무부가 갖는다"는 내용의 검찰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종전까지 검찰총장 지휘를 받는 대검 감찰본부가 갖고 있던 '1차 감찰권'을 법무부가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 발표를 둘러싸고 법조계에서는 "조 장관과 윤 총장의 다음 전장은 '검찰 감찰권'이다"는 말이 나왔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이날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권 실질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현행 법무부 훈령은 검찰청 소속 공무원의 비위조사와 수사사무 감사에 대해 “검찰의 자체 검찰 후 2차적으로 감찰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에 대한 감찰이 대검에 있음을 명시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개혁안'은 대검의 검사 감찰을 폐지하고, 법무부가 감찰권을 휘두를 수 있도록 했다. 감찰 기능을 통해 법무부가 검찰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이 내용은 윤 총장이 선수를 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 '개혁안'을 그대로 받아 들일 경우 법무부의 무더기 징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