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기 튀어나왔는데 퇴원하라더니…반복 수술 끝 사망, 병원 책임 물을 수 있나?
심장박동기 튀어나왔는데 퇴원하라더니…반복 수술 끝 사망, 병원 책임 물을 수 있나?
다리 부어 병원 갔다가 CT 촬영 후 심부전…의문투성이 치료 과정에 유족은 법적 대응을 고민한다

다리 부종 환자가 심장박동기 수술 후 사망하자 유족은 병원 과실을 주장했다. / AI 생성 이미지
2022년, A씨의 어머니는 다리 부종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후 조영제 CT 촬영 후 심부전, 심장박동기 재수술, 대장 수술 등이 이어졌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A씨는 병원의 치료 과정 전체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 특히 심장박동기 교체 수술 후 장치가 몸 밖으로 튀어나온 상태에서도 병원이 퇴원을 권유했고, 이후 재입원과 재수술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반복된 수술과 악화 끝에 돌아온 비극적 결과. A씨는 병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다리 부어 응급실 갔다가…CT 촬영 후 시작된 악화
A씨의 어머니는 과거 심장판막증 수술 이력이 있었다. 2022년경 다리 부종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응급실에서 조영제를 사용하는 CT 촬영을 받았다. 그런데 촬영 직후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후 입원 중 심장박동기 교체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 장치가 몸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상태가 확인됐다. A씨는 병원이 충분한 설명이나 경과 관찰 없이 퇴원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의 어머니는 다시 병원을 찾아 재입원했고, 심장박동기 재시술을 받아야 했다.
심장박동기 튀어나왔는데 "퇴원하세요"?…'경과 관찰 의무 위반' 가능성
변호사들은 심장박동기 장치가 돌출된 상태에서 퇴원을 권유한 점이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해든 이재희 변호사는 "비정상적 신체 징후가 있음에도 무리하게 퇴원을 권유하여 재시술에 이르게 한 점은, 대법원 판례상 '경과 관찰 의무 및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정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의료진에게는 환자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위험에 대처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신결 신태길 변호사 역시 "재판부가 주목하는 지점은 시술 후 장치 이상이 확인된 시점과 의료진의 대응 사이의 간격"이라며, "충분한 경과 관찰 없이 퇴원이 이루어졌다면, 그 판단이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합리적 재량 범위 안에 있었는지가 쟁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수술 안 하면 위험" 설명만으론 부족…'설명의무 위반' 쟁점
A씨 어머니는 이후에도 복부 팽만과 배변 곤란 증상이 심해져 응급실을 통해 입원해, 대장 관련 수술을 받았다. 병원은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설명했고, 가족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후에도 상태는 악화했고 수술은 반복됐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병원의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설명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변호사는 "예상되는 위험, 다른 치료 방법, 수술하지 않을 경우의 경과와 반복 수술 가능성까지 가족이 이해할 수준으로 설명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윈앤파트너스 김민경 변호사도 "구체적인 위험·대안·예후 설명이 있었는지도 설명의무 위반 판단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망과의 인과관계 입증, 그리고 '소멸시효' 문제
다만 변호사들은 치료 결과가 나빴다는 사실만으로 병원의 책임을 곧바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A씨 어머니처럼 고령에 심장질환 등 중증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병원 측은 불가피한 합병증이었거나 기저질환의 자연스러운 악화였다고 반박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변호사들은 '소멸시효' 문제를 시급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한병철 변호사는 "2022년 사건이므로 소멸시효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기록 확보와 법적 검토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송이나 조정을 진행하려면 우선 병원의 전체 진료기록을 확보해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전문가의 감정을 받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