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이야" 거짓말, 그날은 내 결혼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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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이야" 거짓말, 그날은 내 결혼식이었다

2026. 06. 04 17:1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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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직전 다른 여자와 교제, 들통나자 묻는 말 "위자료 얼마?"

한 남성이 결혼을 앞두고 다른 여성과 교제하면서, 결혼식 당일에는 '장례식'이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 AI 생성 이미지

결혼식을 불과 2주 앞두고 다른 여성과 교제를 시작한 남성. 심지어 결혼식 당일에는 "장례식에 왔다"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모든 사실이 발각된 후 그가 변호사들에게 던진 질문은 단 하나, "제가 줘야 할 위자료는 얼마인가요?"였다.


배신의 대가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냉정한 계산서를 공개한다.


"오빠, 뭐 숨기는 거 없어?"…결혼식 5일 만에 드러난 진실


사건은 한 남성의 고백에서 시작된다. 결혼 날짜를 1월 17일로 잡아둔 A씨는 예비 신부와의 잦은 다툼 속에서 지쳐 갔다. 그러던 중 작년 연말,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지인들과 어울리다가 한 여성에게 호감을 느꼈고, 1월 초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A씨는 "물론 관계도 3~4회 정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혼식이 코앞이었지만, 새로운 연인과의 만남은 계속됐다.


운명의 1월 17일, A씨는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렸다. 새 연인에게는 "장례식에 왔다"는 황당한 거짓말로 연락을 피했다.


위태로운 이중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5일 뒤인 1월 22일, A씨는 새 연인의 집에서 잠이 들었고, 그 사이 여성은 A씨의 핸드폰에서 모바일 청첩장을 발견했다. 잠에서 깬 A씨를 향해 여성이 던진 한마디. "숨기는 거 있으면 지금이라도 얘기해." A씨는 결국 "사실 지난주에 결혼했다"고 고백했다.


여성은 충격 속에서도 임신과 성병을 우려해 A씨에게 검사를 요구했다. A씨는 20만 원 넘는 비용을 들여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그 후 여성은 "이제 공적으로만 연락하자"며 모든 사적 관계를 끊었다. 한 달 남짓한 짧은 로맨스는 그렇게 파국을 맞았다.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거짓말의 법적 책임


A씨의 행동은 단순한 연인 간의 다툼을 넘어 법적 문제로 이어진다. 변호사들은 A씨의 행위가 상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혼인 여부를 숨기거나 허위로 알린 채 성관계 등을 해 상대방의 자유로운 성적 의사결정을 방해했다는 불법행위'가 문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결혼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장례식'이라고 둘러댄 점은 '적극적 기망' 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상대방이 '미혼·결혼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신뢰하게 만든 적극적 기망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 역시 "장례식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관계를 지속한 점은 혼인 사실을 고의로 은닉한 기망 행위로 판단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즉, 여성이 'A씨가 미혼'이라고 믿었기에 교제와 성관계에 동의한 것인데, A씨가 이 믿음을 거짓말로 깨뜨렸으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변호사들이 계산한 '위자료' 액수


그렇다면 A씨가 물어야 할 위자료는 과연 얼마일까? 변호사들은 여러 요소를 종합해 예상 액수를 제시했다. 법원 실무상 위자료는 통상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선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법률사무소 청원 최원석 변호사의 설명이다.


위자료 액수를 낮추는 요인(감액 사유)도 있다. 변호사들은 ▲약 한 달이라는 짧은 교제 기간 ▲상대방이 추궁했을 때 즉시 사실을 인정한 점 ▲임신이나 성병 등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꼽았다.


반면, ▲'장례식'이라는 구체적인 거짓말로 적극 기망한 점 ▲짧은 기간에도 3~4회의 성관계가 있었던 점은 불리한 요소다.


케이앤디법률사무소 한수연 변호사는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종합해 "법원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위자료 액수는 약 3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 내외"라고 예측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유사 사안에서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A씨의 경우 교제 기간이 짧아 배상액이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A씨는 "상대 여성이 현재도 단톡방에서 혼자 떠들고 웃으면서 지낸다"며 피해가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민사상 정신적 손해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며 A씨의 주장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진짜 폭풍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변호사들은 위자료 문제를 넘어 더 큰 위험을 경고했다. 만약 상대 여성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 사실이 A씨의 아내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원석 변호사는 "형사 사건화가 될 경우 수사 과정에서 혼인 사실 은폐 경위 등이 상세히 드러나게 되고, 배우자에게도 알려질 수 있는 등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조언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을 멈추고, 만약 소송이나 내용증명이 온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대응하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는 "상대방으로부터 공식적인 청구가 오기 전까지는 불필요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시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한순간의 거짓말로 시작된 비극, 그 대가는 법정에서 매겨진 위자료 액수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서늘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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