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비번 알려줬더니 결혼반지 훔쳐간 수리 기사… CCTV 없어도 죗값 물을 수 있다
현관 비번 알려줬더니 결혼반지 훔쳐간 수리 기사… CCTV 없어도 죗값 물을 수 있다
'정황 증거’로 혐의 입증할 수 있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컴퓨터 수리를 위해 방문한 기사에게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 준 직장인 A씨. 출근 전 '친절한 기사님이 잘 고쳐주시겠지' 하는 믿음으로 집을 맡겼지만, 퇴근 후 A씨를 맞이한 것은 감쪽같이 사라진 결혼반지 한 쌍이었다. 컴퓨터 옆에 고이 뒀던 반지함, 정확히 그 자리만 텅 비어 있었다.
A씨는 곧바로 수리기사에게 연락했지만 돌아온 것은 "절대 훔치지 않았다"는 발뺌뿐이었다. 집안에 CCTV는 없고, 범행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전무하다. 소중한 물건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심증만 있는데 어떡하죠?"…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는 법
명백한 물증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 그러나 포기하기는 이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즉시 경찰에 절도 혐의로 신고하고 '지문 감식'을 요청하는 것이다. 범인이 용의주도하게 장갑을 끼지 않았다면 반지함이나 그 주변에서 나온 지문은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된다.
'정황 증거' 또한 중요하다. 집 내부에 CCTV가 없더라도 아파트 복도나 엘리베이터 CCTV, 건물 출입기록,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수리기사의 동선을 재구성할 수 있다.
'사건 발생 시간에 집에 들어온 사람이 수리기사뿐이었다'는 객관적 사실과 '반지가 특정 위치에서 사라졌다'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합쳐지면 매우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된다. 수리기사와의 통화 기록, 수리 요청 문자 등도 모두 보관해 제출해야 한다.
형사처벌 넘어 '반지 값'까지 물으려면
형사 고소로 범인을 처벌하는 것과 별개로, 민사 소송을 병행해야 한다. 수리기사의 절도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므로,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결혼반지의 금전적 가치는 물론, 세상에 하나뿐인 예물을 잃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함께 청구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리기사가 업체에 소속된 직원일 경우, 그 업체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민법은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를 고용한 사업주도 함께 책임지도록 하는 '사용자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민사 소송에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가 훨씬 수월해지는 만큼, 두 절차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