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토토 2900만 원 '먹튀'…처벌 감수하고 신고하면 돈 되찾을까
불법 토토 2900만 원 '먹튀'…처벌 감수하고 신고하면 돈 되찾을까
400만원 충전 후 고수익 올리자 아이디 차단
변호사들 "돈 회수는 비관적, 본인 처벌은 현실적 위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불법 스포츠 도박(토토) 사이트에서 400만원을 충전해 2900만원대의 수익을 냈지만, 환전을 신청하자마자 아이디가 차단당한 A씨.
그는 사이트 운영자를 처벌하고 싶지만, 불법 도박에 참여한 자신도 처벌받을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A씨는 "내가 벌을 받더라도 이놈들을 잡고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운영자의 전화번호와 텔레그램 아이디, 사이트 주소까지 알고 있는 상황. A씨는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운영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400만원이 2900만원대로…환전 버튼 누르자 '강제 로그아웃'
A씨는 불법 토토사이트에 400만원을 충전해 베팅에 참여했다. 운이 따라 그의 잔고는 2900만원대까지 불어났다.
문제는 환전 과정에서 터졌다. A씨가 환전 버튼을 누르자마자 사이트 접속이 끊겼고, 아이디는 삭제됐다. 전형적인 '먹튀' 수법에 당한 것이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운영자를 신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돈을 돌려받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신고 과정에서 A씨 본인도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딴 돈'은커녕 '넣은 돈'도 못 돌려받는 이유
A씨가 딴 2900만원대의 돈은 물론, 원금 400만원도 법적으로 돌려받기 어렵다. 변호사들은 도박 자금과 그로 인해 얻은 수익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는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박 자금을 입금하고 도박을 통해 얻은 수익금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불법 자금에 해당하므로 가해자들을 상대로 사이트에서 딴 돈 2,900만 원은 물론이고 처음에 충전한 400만 원에 대해서도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거나 이를 실제로 돌려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게이트 김범석 변호사 역시 "불법 도박에서 발생한 이익은 법이 보호하지 않는 불법 원인에 기한 것이어서, 민사적으로 그 당첨금이나 환전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인정받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운영자 신고는 가능…하지만 '내 도박죄'도 함께 수사선상에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면, 운영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가능할까. 변호사들은 A씨가 가진 정보를 토대로 경찰에 사기 및 도박개장죄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 과정에서 A씨의 도박 혐의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경찰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신고를 하실 경우 운영자뿐 아니라 의뢰인께서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고소를 진행하면 "질문자님 역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즉 불법 도박 혐의로 정식 조사를 받게 되며 초범이더라도 도박 액수가 수백만 원에 달하므로 벌금형 등의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운영자 검거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다수 변호사들은 불법 사이트 조직들이 해외에 거점을 두고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추적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박 이용자' 아닌 '사기 피해자'로 접근해야
결국 A씨의 고민은 '운영자 처벌'과 '자신의 처벌 위험' 사이의 저울질로 모인다. 변호사들은 만약 신고를 결심했다면, 진술 전략을 신중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도박을 했는데 돈을 못 받았다'고 접근하기보다, 처음부터 환전 의사 없이 돈을 가로챌 목적의 '사기' 조직에 당했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고소장에는 단순히 돈을 따서 못 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환전 거부와 계정 차단이 예정된 기망 구조였다는 점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이 경우 오늘 처음 한 것이라면 사기로 고소를 하는 것이다. 도박의 경우는 사기 피해자일뿐 이라는 입장을 주장해 볼 여지는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변호사들은 사이트 주소, 입금 내역, 텔레그램 대화 내용, 환전 신청 및 차단 화면 등 증거를 빠짐없이 확보해 둘 것을 공통으로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