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인증샷 좀"…오픈채팅 한마디, 성범죄 될까
"샤워 인증샷 좀"…오픈채팅 한마디, 성범죄 될까
'통매음'부터 '아동학대'까지…'03년생 방' 대화의 법적 함정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샤워 인증샷'을 요구한 20대 남성이 고소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샤워 인증샷'을 요구했다가 고소 위기에 처한 20대 남성. 단순한 말실수일까, 아니면 범죄의 시작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상대가 성인이라면 처벌 가능성이 낮지만, 만약 미성년자라면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라는 더 무거운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장난처럼 던진 말 한마디가 불러온 법적 파장과 전문가들의 냉철한 조언을 집중 분석했다.
"봐봐" 한마디에 고소 위기…통매음, 성립 조건은?
사건의 발단은 20대 남성 A씨가 '03년생 무물보(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오픈채팅방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대화 중 한 참여자가 샤워를 한다고 하자, A씨는 "샤워 인증샷 되는지"를 물었고, 거울샷을 요구했다.
상대가 "안 가려진다"고 하자 A씨는 "봐봐"라고 답했고, 이에 불쾌감을 느낀 상대방은 고소를 예고했다. A씨의 행위는 통신매체 이용음란죄(통매음)에 해당할까?
전문가들은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면서도, 대화의 전체 맥락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태림 윤현수 변호사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단순히 상대방이 불쾌했다고 해서 바로 성립하는 범죄는 아니다"라며 "성적 욕망을 충족할 목적으로 음란한 말이나 사진 등을 전송했는지가 중요하게 봐진다"고 설명했다.
즉, 상대방의 주관적인 감정만으로는 부족하며, 행위자의 '성적 목적'과 표현의 '음란성'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 역시 "'봐봐'라는 표현 자체만으로는 성적인 내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당시 대화 흐름과 상대방의 발언 내용도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사가 이뤄질 경우, 수사기관은 특정 단어 하나가 아닌 전체 대화록을 통해 성적 의도가 있었는지, 대화가 오간 경위는 어땠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03년생 방'의 함정…상대가 미성년자라면 죄질이 달라진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변수는 상대방의 '실제 나이'다. 채팅방 이름은 '03년생'으로, 현재 성인에 해당하지만 만약 실제 대화 상대가 만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 경우 단순 통매음이 아닌 '아동복지법' 위반이라는 훨씬 무거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함께 제공된 법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판례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성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자체를 성적 학대로 인정한다. 샤워 중인 상대에게 신체 노출 사진을 요구한 행위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범죄가 성립하려면 A씨가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한다는 '고의'가 필요하다. '03년생 방'이라는 명칭은 오히려 A씨에게 유리한 정황이 될 수 있지만, 대화 중 상대가 미성년자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었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변호사들의 공통 조언 "추가 연락은 금물, 대화 내용은 보존"
상황이 어찌 됐든, 법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A씨에게 두 가지를 조언했다. 첫째, 더 이상 추가 연락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무리한 해명이나 반복적인 연락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 역시 "추가 연락은 상대방에게 압박이나 2차 불쾌감으로 주장될 수 있어, 오히려 불리한 자료가 될 수 있다"며 섣부른 사과나 해명을 피하라고 강조했다.
둘째, 대화 내용을 절대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라는 것이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홍푸른 변호사는 "오픈채팅 대화 내용 전체를 캡처해 원본 그대로 보존해 두시기 바란다"며 "실제로 고소가 접수되어 조사 연락을 받으시면, 성적 의도가 없었던 점과 대화의 전체 맥락을 일관되게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A씨의 의도를 증명해 줄 가장 중요한 증거는 조작되지 않은 대화 원본 그 자체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