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자 '계약 파기'하자는 매도인…잔금 2000만원 보냈는데 집 뺏길까?
집값 오르자 '계약 파기'하자는 매도인…잔금 2000만원 보냈는데 집 뺏길까?
대출·이사 준비 다 끝났는데 잔금일 앞두고 내용증명…계약 이행하려 돈 보냈다가 소송가나

부동산 계약 후 집값 상승으로 매도인이 일방적 계약 해제를 통보해도, 매수인이 잔금 일부를 선지급했다면 계약 파기를 막는 '이행의 착수'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 AI 생성 이미지
최근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A씨는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집값이 오르자 매도인이 계약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A씨는 계약을 반드시 이행하고 싶다는 뜻으로 잔금 일부인 2000만 원을 미리 송금했다. 하지만 며칠 뒤 매도인에게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이미 대출 심사부터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새로운 세입자까지 모두 구한 상황. A씨는 과연 이 집을 지킬 수 있을까?
집값 오르자 돌변한 매도인, 잔금일 앞두고 날아온 '내용증명'
A씨는 지난 6월 말, 중도금 없이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7월 중순, 부동산 중개사로부터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 매도인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불안해진 A씨는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하고자 잔금 일부인 2000만 원을 매도인 계좌로 보냈다. 계약서에는 잔금을 미리 보내면 안 된다는 특약도 없었다.
송금 다음 날, 매도인은 “2000만 원을 돌려주겠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실제 돈을 보내지는 않았다. 그러다 매도인은 잔금일을 일주일 앞두고 A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A씨는 현재 대출 약정, 기존 집의 임대차 계약, 인테리어 계약까지 모두 마쳐 잔금일에 이사하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볼 상황이다.
“내용증명, 피하지 말고 즉시 수령해 대응해야”
변호사들은 우선 매도인이 보낸 내용증명을 즉시 수령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대방의 정확한 주장을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수령을 미루면 대응 시점 판단에서 불리하게 다툼이 생길 수 있다”며 “우선 수령해서 ‘무슨 취지인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상산 채한규 변호사 역시 “수취를 거절하거나 계속 받지 않더라도, 법원은 사회통념상 상대방이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인 때 의사표시의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며 “수령을 피한다고 해서 해제 효력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2000만원 선송금, 계약 파기 막는 '이행의 착수' 될까
이번 사건의 핵심은 A씨가 보낸 2000만 원이 매도인의 일방적인 계약 해제를 막을 수 있는 '이행의 착수'로 인정되는지 여부다.
민법 제565조에 따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현림 윤상현 변호사는 “판례는 이행기 전이라도 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리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질문자님은 해제 통보를 받기 전 잔금 일부 2000만 원을 이미 지급했고 선입금 금지 특약도 없었으므로, 매도인은 이제 배액을 물어주더라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깰 수 없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리그 공선영 변호사도 “의뢰인님은 매도인으로부터 공식적인 해제 의사표시나 배액 제공이 이루어지기 전에 잔금 일부를 송금하였으므로, 이는 이행의 착수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집 뺏기지 않으려면…'처분금지가처분'부터 서둘러야
변호사들은 매도인이 계약 이행을 계속 거부한다면 신속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매도인이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을 막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봤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매도인이 해당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지 못하도록 조속히 부동산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진행하고,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내용증명을 수령한 즉시 그 내용을 변호사와 법리적 검토를 진행한 뒤 답변서를 발송하고, 매도인이 계속 연락을 회피할 경우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 및 처분금지가등기 등 법적 조치를 신속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잔금일에 매도인이 잔금 수령을 거부하면, 법원에 잔금을 맡기는 '변제공탁'을 하고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