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말만 듣고 교사 신고한 교장…‘사실확인’ 없었다면 손해배상 가능할까
학생 말만 듣고 교사 신고한 교장…‘사실확인’ 없었다면 손해배상 가능할까
경찰, 3개 혐의 모두 '혐의없음' 불송치
장학사 연락 1~2시간 만에 신고
동료 교사에겐 묻지도 않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립학교 교사 A씨는 최근 학생과의 통화 중 욕설을 한 일로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생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며 욕설뿐 아니라 교무실과 교실에서의 폭행, 성희롱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교육지원청 장학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학교장은 약 1~2시간 만에 A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어떠한 사실확인도 받지 못했다.
이후 경찰 수사에서 폭행과 성희롱 등 3가지 혐의는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됐다.
억울하게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렸던 A씨는 사실확인조차 없이 자신을 신고한 학교장과, 이를 전달한 장학사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변호사들에게 자문했다.
학생 주장 듣고 1~2시간 만에 신고…동료 교사 3명에겐 확인도 안 해
A씨는 학생과 출결 문제 등으로 여러 차례 통화를 하던 중 마지막 통화에서 심한 욕설을 했다. 이 부분은 학생이 녹음했다. 같은 날 학생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며 욕설 외에 교무실 폭행, 교실 폭행, 성희롱 혐의를 추가로 주장했다.
이후 교육지원청 장학사가 학교장에게 연락했고, 학교장은 별도의 사실확인 절차 없이 A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당시 교무실에는 A씨를 포함해 4명이 있었지만 학교장은 누구에게도 사실관계를 묻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수사 결과, A씨의 폭행과 성희롱 혐의는 모두 증거가 없어 불송치로 종결됐다. 당시 교무실에 함께 있던 동료 교사와 실무사는 경찰 조사에서 “해당 사실이 없었다”고 진술했고, 교실 폭행 혐의 역시 당시 학생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해 줬다.
혐의 벗었지만…'신고의무' 내세운 교장에 책임 묻기 가능할까
변호사들은 경찰에서 3개 혐의가 불송치된 것은 유리한 사정이지만, 이것만으로 학교장이나 장학사의 책임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는 의심만 있어도 신고해야 하고, 법적으로 신고에 따른 책임이 면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장의 행위가 통상적인 신고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는 충분하다고 봤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학교장이 사실확인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경위가 통상적인 신고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나아가 교사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중과실에 해당하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는 “최소한의 사실확인조차 거치지 않고 허위 민원 내용을 그대로 수사기관에 전달해 교사의 명예와 지위를 현저히 침해했다면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위자료 청구)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불송치 결정서, 동료 및 학생들의 진술서가 확보되어 있어 승소 가능성을 높이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 역시 “같은 교무실에 4명이 있었음에도 단 한 명에게도 확인하지 않고 1~2시간 내에 신고한 것은, 교사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중과실에 해당할 수 있다”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장학사 말 듣고 신고’…교육청 책임은 어디까지
장학사의 책임 문제는 당시 장학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장학사는 공무원이므로 직무상 행위로 손해를 입혔다면 원칙적으로 국가(교육청)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를 해야 한다. 장학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법무법인 도아 오수비 변호사는 “장학사가 단순 민원 전달을 한 것인지, 신고를 사실상 유도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행정지도를 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변호사들은 학교장이나 장학사를 상대로 무고죄 고소를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무고죄는 신고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 형사처분 등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했다는 점까지 입증되어야 하므로 불송치 결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변호사들은 법적 절차에 앞서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최초 민원 내역과 지원청 보고서를 확보하고, 이를 학교장의 신고서 및 경찰 진술조서와 대조해 혐의가 왜곡·과장된 정황을 타임라인으로 입증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