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범죄 끝까지 처벌' 법안, 800일만에 '수정 없이' 통과⋯그럴거면 왜 이제야
'미성년자 성범죄 끝까지 처벌' 법안, 800일만에 '수정 없이' 통과⋯그럴거면 왜 이제야
성매매 산업에 유입된 아동⋅청소년, 앞으로 처벌 안 해
미성년자 대상 성폭행⋅추행한 범죄자는, 끝까지 가중처벌
정확히 800일만에 통과된 법률안, 하나도 고치지 않아⋯그럴거면 왜 이렇게 시간 끌었나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찬성률은 99.4%였다. /연합뉴스
의안번호 24918번. 4년 만에 통과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매겨진 번호다. 이 법안은 성매매 산업에 유입된 아동⋅청소년을 사실상 처벌하고 있는 종전 법률을 고치자는 내용이 골자다. 지금까지는 성매수자나 포주들이 "신고하면 너도 처벌된다"면서 아동⋅청소년을 협박해 왔다.
더 이상 그러지 못하도록 "성매매 산업에 유입된 아동⋅청소년을 국가가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법안이었다. 그래서 30일 새벽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표현한 법조인들이 많았다. 여성·시민단체에서도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개정안에는 그 밖에도 △아동·청소년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1.5배 가중처벌하도록 했고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사람(형법 제305조)의 공소시효도 폐지했다.
성매매 산업에 들어온 미성년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보면, 아동⋅청소년은 보호하고 성매수자는 무겁게 처벌하는 법률안인 셈이다.
하지만 법안 통과에 환호하면서도 동시에 "너무 늦었다"는 의견이 함께 나왔다. 오래전부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을 한스럽게 회고하는 목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이 발의된 시점은 4년 전이었다. 20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발의된 법안이 20대 국회 막바지에서야 겨우 통과된 것이다.
지난 2016년 8월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이 법률안은 2017년 김상희⋅김삼화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들과 함께 논의되다가, 같은 해 하반기 박광온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합쳐져 심사됐다. 네 법률안은 2017년 연말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전체 회의에 올라갔지만 바로 본회의로 올라가지 못했다. 전문위원들의 검토 보고를 받기로 결정하면서다.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내려간 법률안들은 2018년 2월 하나로 합쳐졌다. 하나가 된 법률안은 다시 여가위로 올라왔고, 여가위는 위원회안으로 채택했다. 여가위에서는 이 법률안에 여야 이견이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본회의 뿐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2년 넘게 묵혀있었다. 발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30일 새벽 국회 본회의는 그렇게 2년 넘게 묵혀있던 '아청법 개정안'을 상정시켰다.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이었다. 국회의원 188명이 표결에 참석해 187명이 찬성했다. 찬성률 99.4%였다.
더군다나 여가위에서 올린 법안을 하나도 고치지 않은 '원안 그대로'의 가결이었다. 여가위가 위원회안으로 결정한 지 정확히 800일 만이었다.
원안 그대로 통과시킬 법안이었다면 본회의에 제안됐던 지난 2018년 2월 21일 통과시켰어도 됐다. 그 800일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아동⋅청소년 범죄의 잔인함을 고려해 볼 때 그 점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만일 그때 통과됐더라면 이번 '텔레그램방 성착취 사건'에서도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들에게 더 강력한 혐의를 적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