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 고소했더니 피고소인이 SNS·카톡 싹 지우는 중…막을 방법 없나
주거침입 고소했더니 피고소인이 SNS·카톡 싹 지우는 중…막을 방법 없나
피고소인의 '셀프 증거인멸'은 무죄
긴급 증거보전 요청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당한 피고소인이 SNS 기록 등을 삭제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고소인이 발을 구르고 있다. 자신의 범죄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적 현실 앞에서, 사라지는 디지털 증거를 지켜낼 방법은 없는 걸까.
A씨의 악몽은 한 통의 연락으로 시작됐다. 주거침입, 방실수색, 정보유출 등 혐의로 B씨를 고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두 사람을 모두 아는 지인이 "고소한 게 맞냐"고 물어온 것이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인과 연락한 직후, B씨는 자신의 SNS와 카카오톡 등 디지털 기록을 지우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아직 담당 수사관조차 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증거가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며 "신속한 수사와 증거 보전 조치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내 증거 내가 지우면…처벌 못 한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피고소인 B씨의 행위를 직접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형법 제155조(증거인멸 등)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을 때만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즉, 피고소인이 '자신의' 범죄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는 증거인멸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파이브스톤즈 법률사무소 김대희 변호사는 "피고소인이 자신의 혐의에 관한 자료를 제거하더라도 증거인멸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증거 삭제 행위 자체가 수사를 방해하는 것으로 비쳐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정황 자료가 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고소 사실 알린 지인, 공범 될 수 있나
그렇다면 고소 사실을 B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지인의 책임은 없을까. 변호사들은 지인의 개입 정도에 따라 '증거인멸교사죄' 또는 '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A씨의 사건에서 지인이 단순히 사실을 전달한 것을 넘어, B씨에게 증거 삭제를 권유하거나 도왔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만약 제3자인 지인이 피고소인을 도와 증거인멸에 적극 가담했다면, 그 지인은 증거인멸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이는 A씨의 고소 사건과는 별개의 추가 범죄가 된다"고 지적했다.
사라지는 증거와의 싸움…핵심은 속도전
변호사들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담당 수사관 배정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증거인멸 우려에 따른 긴급 수사 요청 의견서'를 즉시 작성해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서에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견서에는 ▲지인으로부터 연락받은 정황 ▲이후 피고소인 B씨의 SNS 활동 변화 등 증거인멸 의심 행적 ▲핵심 증거가 스마트폰, PC 등 디지털 기기에 있다는 점을 시간 순서대로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특히 "신속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피고소인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증거 보전 조치를 시급히 취해달라"는 문구를 반드시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 역시 "담당 수사관이 지정되기 전이라도, 증거보전 요청 공문을 제출하면 사건번호 기준으로 임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선제적 대응을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