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만 하려다 위약금 덫” 모델하우스 ‘홀린 듯 계약’ 주의보
“구경만 하려다 위약금 덫” 모델하우스 ‘홀린 듯 계약’ 주의보
“무조건 전매” 약속 믿었는데…전문가들 “방문판매법이 관건”

모델하우스 구경에 나선 A씨가 분양대행사측의 ‘3천만 원 할인’, ‘무조건 전매 책임’이라는 말에 넘어가 즉석에서 계약한 뒤 해지를 원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단순 구경 목적으로 방문한 모델하우스에서 ‘3천만 원 할인’, ‘무조건 전매 책임’이라는 말에 홀린 듯 계약서에 서명하고 500만 원을 입금한 A씨. 당일 저녁 계약 해지를 요구하자 분양사 측은 계약금의 5%를 위약금으로 언급하며 거부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직원의 전화를 받고 방문했다면 ‘방문판매법’에 따라 14일 이내 위약금 없는 청약 철회가 가능하며, 실현 불가능한 약속은 ‘기망’에 해당해 계약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분증 달라더니 어느새 500만원 입금”... 얼떨결에 끝난 계약
A씨의 악몽은 모델하우스 직원의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28일, 처음에는 단순 구경 목적으로 친구와 함께 모델하우스를 찾았던 A씨.
하지만 구경 후 자리에 앉자마자 상황은 급변했다. 본부장이라는 인물이 나타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라 3천만 원 할인한 가격”이라며 “시공사 보유분으로 고층 분양해 준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정신없이 설명을 듣던 A씨에게 '만약에 잔금 낼 돈이 없거든, 본인이 직접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니 전매를 무조건 책임지고 해 주겠다'는 솔깃한 약속까지 덧붙였다.
잠시 후, “이쯤 했으면 신분증 좀 주시죠”라는 말에 A씨는 홀린 듯 신분증을 건넸고, “500만 원을 신탁공사에 입금하면 된다”는 말에 따라 돈까지 보냈다.
저녁이 되어서야 '이건 아니다' 싶었던 A씨가 본부장에게 문자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자, 돌아온 것은 “이미 분양권 발행이 된 상태라 취소가 안된다”는 답변과 함께 계약금의 5%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는 압박이었다.
계약서에 사인했으면 끝? “14일의 골든타임, 방문판매법을 보라”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계약서에 서명하고 계약금 일부를 입금한 이상, 법적으로 계약 자체는 성립된 것으로 볼 소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법무법인 도하 김형준 변호사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약서에 서명하고 계약금의 일부인 500만 원을 입금한 시점에서 법률상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된 것으로 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계약을 되돌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방문판매법’ 적용 여부다.
법률사무소 송지 배성권 변호사는 “만약 직원이 먼저 전화를 걸어 방문을 유도했다면, 이는 '방문판매법'상의 방문판매 혹은 전화권유판매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무조건 취소)가 가능하며, 이때는 위약금을 지불할 의무가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소비자의 충동구매 가능성이 큰 전화권유판매의 경우, 법이 14일의 ‘숙려 기간’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무조건 전매” 약속, 사기일까?…“허위 고지 입증이 관건”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또 다른 돌파구는 ‘기망(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다. 본부장이 장담한 “무조건 전매를 책임지겠다”는 약속이 결정적이다.
김형준 변호사는 “특히 본부장이라는 자가 '무조건 전매를 책임지겠다'고 확약한 부분은 실무상 '수익장담에 의한 기망'으로 다룰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만, 이러한 구두 약속이 계약서 특약사항에 기재되지 않았다면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귀하에게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 역시 “‘전매를 무조건 책임진다’는 구두 약속, 신분증 제출 유도, 계약 의사 없이 방문한 점 등은 불완전판매 또는 기망에 의한 계약 취소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A씨가 전매 보장이라는 허위 약속 때문에 착오에 빠져 계약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위약금 없이 계약을 무효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섣부른 위약금 포기는 금물…첫 단추는 ‘내용증명’
그렇다면 A씨는 입금한 500만 원만 포기하면 이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경고한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는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상태에서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은 '실제 낸 돈'이 아니라 '약정된 계약금 전체'가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반향 정찬 변호사도 “단순 해약으로 가면 '500만 원만 포기하면 끝'이 아니라, 계약서상 총 계약금 2,600만 원 기준 위약금을 주장받을 위험도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변호사들이 공통으로 제시하는 첫 번째 대응은 바로 ‘내용증명’ 발송이다. 배성권 변호사는 “'방문판매법에 따른 청약 철회' 또는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 위반 및 기망에 의한 계약 해제'를 사유로 하여, 계약 해지 의사와 입금한 500만 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즉시 발송하십시오”라고 권고했다.
추가 입금을 즉시 중단하고, 신속하게 서면으로 계약 해제 의사를 밝히는 것이 더 큰 피해를 막는 최선의 길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