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프로필 도용, 처벌 가능할까?…'또 다른 나'와 싸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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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프로필 도용, 처벌 가능할까?…'또 다른 나'와 싸우는 사람들

2025. 09. 29 10:3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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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은 '무죄', 스토킹은 '유죄'?…'가짜 나' 응징할 새 법의 등장

A씨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자신의 프로필을 도용하는 존재를 만났다. A씨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카톡 프로필 도용, 처벌 가능할까?…'또 다른 나'와 싸우는 사람들


내 얼굴과 이름으로 활동하는 '가짜 나'가 진짜 나를 채팅방에서 내쫓아달라고 요구했다. 직장인 A씨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겪은 황당하고도 섬뜩한 경험이다. 자신을 사칭하는 익명의 존재는 다른 참여자들에게 말을 걸며 A씨 행세를 했고,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이 악의적인 장난을 멈출 법적 수단을 찾아 나섰다.


"내 얼굴인데 처벌은 어렵다니"… 번번이 벽에 부딪힌 피해자들


A씨처럼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도용당하는 피해는 빈번하지만, 막상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는 쉽지 않았다. 단순히 타인을 사칭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명확한 규정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려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야 하는데, 법원은 타인을 사칭해 글을 올리는 행위 자체는 특정인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을 드러내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왔다(대법원 2017도607 판결). 즉, 가짜 A씨가 A씨에 대한 거짓된 사실을 퍼뜨리지 않는 한, 명예훼손죄 성립은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해죄 역시 계정을 해킹하는 등 불법적인 접근이 있어야 하는데, A씨의 사례처럼 카카오톡의 프로필 설정 기능을 이용한 경우는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명백한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기존의 법망으로는 가해자를 붙잡기 어려운 '회색지대'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이건 명백한 스토킹"… 새로운 법의 등장


기존 법의 한계로 처벌이 어려웠던 이 '회색지대'에 최근 새로운 법의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바로 스토킹처벌법이다.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방의 이름, 사진 등을 이용해 자신이 상대방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는 스토킹 행위의 한 유형으로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져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다면 '스토킹 범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A씨의 사례처럼 프로필을 도용해 지속적으로 사칭 행위를 하는 것은 충분히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형사 처벌이 끝이 아니다…'인격권 침해'로 손해배상 길 열려


형사 처벌과 별개로 민사 소송을 통해 피해를 배상받는 길도 열려있다. 타인의 사진과 신상을 무단으로 도용해 사칭하는 것은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민법 제750조)에 해당한다.


실제로 법원은 SNS상에서 타인의 사진을 장기간 자신의 사진인 것처럼 게시하고 사칭한 가해자에게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서울서부지법 2021가단246005 판결). 안병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인도) 역시 "프로필 사진 무단 도용은 심각한 개인 정보 침해"라며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증거를 지우지 마세요"… 변호사들의 공통된 조언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다.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증거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해자가 프로필을 도용한 화면, 사칭 대화 내용 등을 즉시 스크린샷으로 저장해야 한다. 특히 홧김에 대화방을 나가거나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것은 금물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스스로에게 유리한 증거를 삭제했다고 주장하면, 오히려 수사기관의 의심을 살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가해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카카오톡 고객센터에 해당 사용자를 신고하고,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신고하는 등 신속한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또 다른 나'와의 싸움은 신속한 증거 확보와 새로운 법적 무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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