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우리 아들 육아 좀”…대표의 ‘현대판 노예’ 지시, 비서의 2년 기록
“주말엔 우리 아들 육아 좀”…대표의 ‘현대판 노예’ 지시, 비서의 2년 기록
대학원 과제 대필에 ‘독박육아’까지…법조계 “명백한 강요죄, 업무일지가 결정적 증거”

한 회사 대표가 비서에게 2년간 주말 육아 등 사적 업무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엘리베이터에서 시작된 대표의 '주말 육아' 지시, 한 비서가 2년간 기록한 '현대판 노예' 생활의 전말이 드러났다.
백화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대표의 한마디는 한 비서의 삶을 2년간 옭아맬 '현대판 노예 계약'의 서막이었다. 대표이사 직속 비서 A씨에게 2022년 10월 19일은 악몽의 시작이었다. 대표는 그날, 비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A씨에게 주말마다 자신의 아들을 돌봐달라는, 업무와 무관한 요구를 던졌다.
엘리베이터 갇힌 1분, '내 아들 좀 봐줘'…거절하면 해고된 전임자 복귀
A씨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대표는 서늘한 한마디를 덧붙였다. 과거 성희롱과 갑질 문제로 해고됐던 전임 비서를 다시 불러 일을 시키겠다는 압박이었다.
1년간 자신을 괴롭혔던 전임자의 악몽과 대표의 싸늘한 시선이 교차하는 짧은 순간, A씨는 거부할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다. 이 제안을 거절하는 순간 대표와의 관계가 끝장날 것이라는 직감에, 결국 부당한 지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A씨의 삶은 처참히 무너졌다. 평일에는 대표의 개인적인 대학원 과제와 발표 준비, 심지어 논문 대필까지 떠맡았다. 주말이면 대표의 아들을 데리고 키즈카페와 워터파크를 전전하는 '독박육아'가 그의 일상이 됐다. A씨가 2년간 꼼꼼히 기록한 업무일지에는 대표 가족의 온갖 사적인 심부름까지 빼곡히 담겨 있었다.
'매니저는 가족도 챙기는 법'…항의하자 돌아온 대표의 가스라이팅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표가 방송에 출연하게 되자, A씨는 별도 계약이나 보상 없이 매니저 업무까지 떠맡아야 했다.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리던 A씨는 마침내 용기를 내 내부고발을 감행했다. 회사 업무가 아닌 주말 육아 등 사적 지시의 부당함을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대표의 답변은 그를 더욱 깊은 절망에 빠뜨렸다. 대표는 "매니저 업무를 하기로 했으니 원래 가족들 일까지 다 챙겨야 하는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는 오히려 A씨를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명백한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였다.
업무일지 2년, 법의 심판대에…'직장 괴롭힘' 넘어 '강요죄' 형사처벌 가능
법조계는 A씨의 사연이 단순한 갑질을 넘어선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진단했다. 먼저 김경태 변호사는 "업무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사적 업무와 주말 육아 강요는 사용자가 지위를 이용해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행위"라며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정확히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법조계는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조은 변호사는 "해고된 전임 비서를 다시 부르겠다고 말한 것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켜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든 것"이라며 "이는 형법상 강요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대표의 행위가 단순한 내부 징계 사안이 아닌, 징역형까지 가능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A씨가 2년간 기록한 상세한 업무일지는 이 모든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전망이다.
대표가 가해자라면? '내부고발' 대신 '노동청' 직행해야
변호사들은 가해자가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인 대표이사라는 점에서 내부 신고 절차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연수 변호사는 "대표이사가 가해자일 경우 회사에 신고해도 제대로 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즉시 외부 기관인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노동청 조사를 통해 괴롭힘 사실이 인정되면 회사에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정정훈 변호사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가해자 개인을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는 한계를 짚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는 노동청 신고와는 별개로, A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 고소를 병행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